추모의 영화제, 축제의 영화제…5월 영화제 두 풍경

레드카펫 없는 전주국제영화제, 전도연이 심사하는 칸 영화제

신촌좀비만화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5월, 국내외에 걸쳐 영화제 소식이 풍성하다. 국내에서는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가(JIFF)가 5월1일부터 10일까지 열흘 동안 열린다. '영화만개(映畵滿開)'라는 올해 슬로건답게 독립영화와 상업영화의 경계를 아우르는 총 181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다만 세월호 참사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관계로, 영화제의 트레이드 마크인 레드카펫은 볼 수 없게 됐다. 해외에서는 세계 3대 영화제 칸 영화제가 개막 준비에 한창이다. 오는 14일 개막을 앞두고 배우 전도연이 경쟁부문 심사위원에 위촉돼 화제가 되고 있다. ◆ 전주의 봄, 영화의 봄 = 영화 마니아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전주국제영화제는 개막 전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예년보다 조용하고 경건하게 치러진다. 조직위원회 측은 영화제 취소까지 검토했지만 "이미 인터넷 예매 등이 완료됐기 때문에 애도 분위기 속에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레드카펫, 배우들의 포토존, 개막식 환영 만찬 등 영화제를 빛내는 화려한 행사들도 일제히 취소했다. 시상식에서 환호성이나 박수도 삼가할 것을 관객들에게 부탁했다. 야외에서 진행되는 콘서트도 전면 취소됐다. 영화 상영 전 틀어지는 공식 트레일러에 추모 메시지를 포함시켜 관객과 애도의 마음을 나눌 예정이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도 상영작들은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하고 풍성하다. 올해 개막작은 류승완·한지승·김태용 등 한국의 유명 감독들이 모여 제작한 3D 옴니버스 영화 '신촌좀비만화(MAD SAD BAD)'가 선정됐다. 주인공들이 현실의 고통을 넘어서기 위해 도심과, 미래, 산속에서 상상하는 장면들이 3D로 펼쳐진다. 이 작품은 예매를 시작한 지 2분9초 만에 매진됐다. 폐막작은 별도로 선정하지 않고 국제경쟁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을 상영할 예정이다. 전주국제영화제의 간판 프로그램인 '지프 프로젝트'에서는 '디지털 삼인삼색'과 '숏!숏!숏!'을 통합·개편해 장편 '디지털 삼인삼색2014'로 새롭게 선보인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는 장편 142편, 단편 39편으로 44개국 181편이 진출했다. 월드 프리미어 작품 21편을 선정해 한국 독립 장편 영화를 강화하고,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남미 영화 작품을 크게 늘렸다. 정지영 감독과 예지원은 국제경쟁 심사위원으로 위촉돼 영화제를 방문하고, 윤종찬 감독은 한국경쟁 심사위원으로, 민용근 감독은 한국단편경쟁 심사위원으로 활동한다. '자유낙하'를 연출한 헝가리 감독 기요르기 폴피, '경관의 아내'의 필립 그로닝, '유 앤 더 나잇'의 얀 골살레스, '이야 모노가타리'의 츠타 데츠이치로, '이스턴 보이즈'의 로뱅 캉필로 등 해외 감독들도 대거 전주를 찾는다. ◆ 세계인들의 축제 '칸 영화제' = 제67회 칸영화제는 오는 5월14일부터 25일까지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열린다. 베니스·베를린과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칸 영화제는 '영화제 중의 영화제'라고 불릴 만큼 유서깊은 전통과 권위를 자랑한다. 우리에게는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사상 처음으로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되면서 영화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매년 경쟁부문에 후보를 내던 한국 영화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쟁부문 진출에 실패했다. 기대를 모았던 임권택, 김기덕, 홍상수 감독의 신작은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에 충무로 내에서도 상업영화에만 치우쳐 다른 장르의 영화들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칸영화제 초청 영화 '도희야'

다만 공식 경쟁 부문 외에는 여러 작품이 초청됐다. 배두나 주연의 '도희야'는 '주목할 만한 시선'에, 류승룡 주연의 액션 영화 '표적'은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마틴 스코시즈·조지 루카스·소피아 코폴라 등 쟁쟁한 명감독들이 첫 장편을 선보인 섹션으로 유명한 '감독주간'에는 이선균·조진웅 주연의 '끝까지 간다'가 초대를 받았다. 무엇보다 배우 전도연이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진다. 앞서 이창동 감독이 2009년 심사위원을 맡은 적이 있지만 국내 배우로는 최초다. 전도연과 칸의 인연은 각별하다. 2007년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며, 2010년에는 임상수 감독의 '하녀'로 다시 한 번 칸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번에 황금종려상을 놓고 격돌할 경쟁부문 후보작은 프랑스 거장 장 뤽 고다르의 '언어여 안녕', 25세 최연소 나이로 칸영화제 후보에 오른 캐나다 감독 자비에 돌란의 '마미', 켄 로치의 '지미스홀', 가와세 나오미의 '두번째 창', 토미 리 존스의 '더 홈스맨', 다르덴 형제의 '투 데이즈 원 나잇',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맵스 투 더 스타즈', 마이크 리의 '미스터 터너' 등이다. 개막작은 톱배우에서 모나코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의 삶을 그린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로, 올리비에 다한 감독이 연출했다. 심사위원장은 여성 감독 제인 컴피온이 맡았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문화부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