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은석 기자] 예상을 뛰어넘는 공방과 설전이 벌어졌다. 29일 열린 새누리당의 6·4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TV토론회는 그랬다. 새누리당 주최 종합편성채널 MBN중계로 진행된 이날 2차 TV토론회는 당초 세월호 침몰 사고 여파로 인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큰 공방 없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됐었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애도 분위기가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후보들 간 날선 공방이 자칫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토론 시작 전 각 후보 진영에서도 차분한 토론회를 예상했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김황식·이혜훈·정몽준 세 예비후보 모두 기선제압을 위한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김황식·정몽준 두 예비후보는 곳곳에서 부딪쳤다. 두 예비후보는 세월호 침몰 사고 책임 소재에서부터 충돌했다. 김 예비후보는 "이번 사고는 불법, 편법과 탈법, 부도덕한 기업인의 탐욕의 탐욕, 그리고 무능하고 무책임한 관련 감독기관의 책임이 한 데 어우러진 사고"라며 '기업' 책임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했다. 그러자 정 예비후보는 "김 후보가 부도덕한 기업인이라고 말하는데 기업인들은 이익을 추구하는 평범한 사람"이라며 "기업인 전부를 매도하면서 정부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관료 출신인 김 예비후보를 겨냥, "김 후보가 총리로 일할 때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해운조합이 업체 돈을 받아 운영된다는 보고서를 냈었는데 보셨는지 궁금하다"고 반격했다. 현대중공업의 안전사고를 두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김 예비후보가 (정 의원이 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은 초일류 기업이지만 최근 안전사고로 7명의 근로자를 희생시킨 안전 불감증이 심한 기업이고 원전 비리사고에도 연루돼 6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면서 "정 후보도 안전사고와 안전 불감증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이에 정 예비후보는 "김 예비후보는 지난번 토론회에서도 그랬지만 저보다 회사를 잘 아는 것 같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삼성과 대우조선도 있고 다 같이 노력할 일인데 특정한 회사가 저와 관련돼 있다고 공개 토론회에서 회사를 매도하고 두들기는 것은 실망스럽다"며 "왜 전체 기업을 매도하느냐. 그렇게 하면서 정부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천만의 말씀"이라고 꼬집었다.지지율과 본선 경쟁력을 두고도 충돌했다. 김 예비후보가 "야권에서는 제가 본선 경쟁력이 가장 강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제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자 정 예비후보는 곧바로 "김 예비후보의 본선 경쟁력 발언은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반박했다. 김 예비후보는 정 예비후보와의 지지율 격차에 대해 "중요한 것은 트렌드다. 저는 분명히 상향, 다른 후보는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어 시간이 가면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 예비후보도 "제가 국회의원 선거만 7번, 대통령 선거만 2번으로 이번 선거까지 선거만 10번째"라며 선거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 의중)을 두고도 신경전을 이어갔다. 김 예비후보는 정부와의 유기적 협력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 예비후보는) 박근혜 대통령과 지난 10년간 대립각을 세워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예비후보도 지난 1차 토론회에서 김 예비후보가 '친박'을 묻는 질문에 중립이라 답했던 점을 거론하며 "세모표를 들지 않으셨느냐"고 따졌다. 정 예비후보는 박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이) 2002년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저와 같이하자고 하셨고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 때도 함께하자고 했었다"고 강조했다.이혜훈 예비후보는 두 예비후보를 모두 비판하면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두 예비후보가 '안전'을 강조하자 "두 예비후보 모두 안전 관련한 공약이 없었고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니까 공약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이 예비후보는 "(김 예비후보의 경우) 제2롯데월드에 대한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며 "(서울시민들이 김 예비후보의) 안전 공약에 대한 진정성을 믿을 수 있겠느냐"고 따졌고 정 예비후보를 향해서도 "박원순 시장보다 안전 문제에 있어 낫다고 했지만 롯데월드가 공사과정에서 사망사고가 났는데도 경선 중 사고에 대해 한 마디 언급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 예비후보는 이어 "세월호 침몰 사고로 지방선거가 만만치 않고 50대 50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본다"면서 "아킬레스건이 있는 분은 (본선에서) 이길 수 없는데 두 예비후보 모두 아킬레스건이 한두 개가 아닌 것 같다"고 주장했다.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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