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객선 참사, 어른들이 부끄럽다

참담하고 비통하다. 일어나서는 안 될 참사가 일어났다. 어제 오전 전남 진도 인근 바다에서 인천을 떠나 제주로 가던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했다. 이 사고로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2학년생 325명 등 475명 가운데 9명이 숨지고 287명은 실종됐다.(17일 오전 11시 현재) 재난구조 당국은 실종자 대부분은 배 안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구조될 때까지 제발 살아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꽃다운 청춘들이 배와 함께 차가운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모습을 우리는 눈뜨고 지켜봐야 했다. 가슴이 미어진다. 학생들이 수학여행 등 단체집회 중 사고를 당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 두 달 전에도 경주 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무너져 대학생 등 10명이 숨졌다. 지난해 고등학생들의 해병캠프 사고도 있었다. 언제까지 이 같은 후진국형 사고가 되풀이될 것인지 답답하다.  잘못된 초기 대응이 희생을 키운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승무원들은 왜 빠르게 사고 신고를 하지 않았는가. 목숨을 걸고 최후까지 승객의 탈출을 도와야 할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이 먼저 빠져 나왔다니,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배가 기울고 물이 차오르는 데도 '가만 있으라'고 안내방송을 한 이유는 뭔가. 왜 구명뗏목은 46개 중 2개밖에 펴지지 않았는가. 세월호 사고에 안전규정과 위난 때의 대피 수칙은 존재하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정부의 대처는 허술했고 시종 허둥댔다. 중앙재난안전본부는 사고 초기에 368명이 구조됐다며 큰 인명피해가 없을 것처럼 발표했다. 하지만 1시간 만에 실종자가 290명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본적인 승객 숫자도 파악하지 못해 종일 오락가락했다.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나 배가 침몰하는 시간 동안 집중적인 구조에 나서지 못해 결과적으로 참사를 키웠다. '안전'을 중시한다는 박근혜정부의 위기대처 능력이 고작 이 정도인가. 사고 경위는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앞쪽에서 '쾅'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기울었다는 게 생존자들의 증언이다. 전날 밤 늦게 출항한 배가 운항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항로를 이탈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 과정에서 무리한 급회전을 하는 바람에 묶어 놓은 화물이 풀리며 한쪽으로 쏠리자 여객선이 복원력을 잃고 침몰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좌초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원인을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단 1%의 희망이라도 있다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실종자로 이름을 올린 이들이 살아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희생자와 희생자 유가족들에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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