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첫 마에스토로' 성시연 '무대를 최고로 즐기겠다'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성시연 경기필 단장.

오는 27일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아주 특별한 연주회가 열린다. 음악계는 물론 클래식 마니아들은 벌써부터 한껏 들떠 있다. 레퍼토리는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클래식 공연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모두의 시선은 지휘자에 쏠려 있다. 이날 예술의 전당에서는 지난 1월 국·공립 오케스트라 사상 첫 여성 단장으로 취임한 성시연(38, 사진)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의 신고식이 치뤄진다. 이에 성 감독은 요즘 단원들과 함께 구슬 땀을 흘리는 중이다. 취임 두어달만에 몸무게가 많이 줄어들 정도로 강행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투명한 목소리, 밝은 표정을 잃지 않는다. 이에 성 감독은 "단원들과 호흡이 잘 맞아 모든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 무대는 성 감독이 자신의 음악을 선보이는 것외에 보이지 않는 싸움도 벌어야 한다. 물론 그녀가 만들거나 원한 건 아니다. 우리 음악계에는 분명 '여성'에 대한 편견이 존재한다. 성 감독은 그런 편견을 안고 메인 스타디움에 서게 된다. 이에 성 감독은 "여성이라는 부분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그러나 여성들이 길을 더 열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책임감을 갖는다"고 대답했다. 이미 '국내 오케스트라 역사상 첫 여성 지휘자'라는 수식어 자체가 편견일 수 있다. 이런 편견은 과거의 화려한 경력으로 깨기는 어렵다. 무대에서 청중들을 압도하고, 그녀만의 앙코르를 이끌어낼 때 가능하다. 또한 경기도라는 한정적 공간을 뛰어넘어 여성 음악인의 활로를 개척해 나가야할 임무도 부여돼 있다. 그저 주어진 숙명인 셈이다. 성 감독은 "시스템 문제, 지역적 여건, 재정적 요인 등 조건의 한계를 떠나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음악 환경이 과거보다 훨씬 좋아져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그녀는 실력을 증명하는 것만이 유일한 승부수다. 따라서 이번 공연은 '그녀의 무대 인생'에서 가장 획기적이며 새로운 전환점일 수 있다. 특히 성 감독의 포디움이 남성 본위의 음악계에 균열을 가하는 장이 될 지도 관전 포인트다.

성시연 경기 필 단장.

성 감독은 2006년 게오르그 솔티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또한 2007년 구스타프 말러 지휘 콩쿠르 최고상 수상에 이어 2011년 독일 음악협회 지휘 포럼 콩쿠르 2위를 차지했다. 성 감독은 보스턴심포니오케스트라 137년 역사상 첫 여성 부지휘자, 정명훈(61) 예술감독이 이끄는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부지휘자로 활동했다. LA필하모닉, 스톡홀름 필하모닉, 로테르담 필하모닉 등을 지휘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성 감독의 취임은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지금 심장이 터질 정도로 벅차다. 나와 경기 필의 앙상블이 제대로 발휘되도록 온 힘을 다하고 있다. 늘 그래왔듯이 나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경기 필 단원들도 열정적으로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그러나 긴장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무대를 최고로 즐기고 내려올 생각이다."성 감독은 남성 지휘자 못지 않은 카리스마와 힘은 물론 여성다운 섬세함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포디움에 설 때 당당함을 뽐내는 인상은 매우 강렬하다. 성 감독은 "경기필은 4관편성의 대규모 오케스트라로 젊은 단원이 많은 게 장점"이라며 "젊은 오케스트라와 제가 열정을 가지고 함께 소통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펼쳐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선보인다. 앞서 지난 1월 '2014 프리뷰 콘서트'를 통해 성 감독과 경기필은 호흡을 맞추는 등 철저히 준비해왔다. 프리뷰 공연 당시 성 감독의 예술적 감각이 탁월하게 드러났다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공연작인 말러 교향곡 2번은 말러가 6년에 걸쳐 영웅의 죽음에서 부활까지 여정을 그린 작품으로 국립합창단과 서울시합창단 100여명, 소프라노 이명주, 메조소프라노 김선정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경기필의 올해 첫 정기 연주회이자 경기도문화의전당 10주년의 문을 여는 공연이기도 하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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