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진짜 속내는?…우크라 평화 해결까지 갈길 멀어

군대파병 정당화·과도정부 불법·크림 자치권 강화…서방 '군사개입 정당화 물타기'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수개월간 침묵으로 일관해온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입을 열었다. "전쟁을 치를 계획이 없다"면서 한발 물러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푸틴, 실리 챙기기=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군사개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갈등의 핵심인 크림반도에 대해서도 "통합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푸틴 대통령의 유화적인 제스처에 대해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 분석했다. 푸틴은 대규모 군대 파병과 전쟁 위기감 고조 등으로 러시아계가 많은 동남부 지역에서 자신들의 지배력을 인정하라는 메시지를 충분히 보냈다고 판단했다. 막강한 군사력을 과시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유럽 편입시 무력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만큼 한발 물러서서 사태를 지켜보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을 뜯어보면 무리한 군사충돌의 피하는 대신 챙길 것은 챙긴다는 실리주의를 엿볼 수 있다. 푸틴의 발언 어디에도 크림반도를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오히려 군대 파병을 '러시아계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정당화했다. 또 크림 주민들은 자신이 어느 국가에 속할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친(親)러 세력이 장악한 크림자치공화국 의회는 이미 오는 5월 자신들의 자치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러시아계 주민이 60%에 육박하는 크림에서 자치권 강화는 사실상 이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입김이 더 강해지는 것을 의미한다.◇서방, 푸틴 발언 '물타기'에 불과= 서방은 푸틴의 기자회견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을 정당화하는 물타기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침략의 구실을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라면서 "러시아가 크림반도에서 병력을 완전히 철수하지 않는 한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정치적·경제적·외교적 고립 작전을 계속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푸틴이 전혀 다른 (법률) 해석을 하는 변호사들과 함께 있는 듯하다"면서 "그러나 여기에 속을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푸틴이 군사개입의 이유로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으로부터 무력사용 요청을 받았다고 해명한 데 대해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의 위험 상황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이날 회견에서 야누코비치를 여전히 합법적인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이라고 밝혔다. 또한 야당 등 반정부 세력들의 야누코비치 축출은 '반헌법적인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향후 러시아가 중앙정부의 '정통성'을 문제 삼아 군사개입을 시도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미국은 푸틴의 이런 발언이 나온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우크라이나 과도 정부에 10억달러(약 1조709억원)를 즉각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부인한 우크라이나 임시정부의 합법성을 인정하고 우크라이나 재건을 돕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러시아, 우크라 압박 강화= 러시아는 군사공격을 선택하지 않는 대신 경제제재 등 다른 수단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다.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즈프롬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가 할인 혜택을 4월부터 중단한다고 밝혔다. 알렉세이 밀레르 가즈프롬 사장은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의무(가스 대금 체불 변제)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다음 달부터 할인 혜택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우크라이나 가스 수입업체가 2월분 가스 대금을 다 지불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면서 현재 우크라이나의 가스대금 체불액은 15억2900만 달러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끌어안기 위한 선심 공세로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가를 30% 이상 할인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축출 이후 가스공급 할인 중단을 경고해왔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 압박의 수위를 높여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의도가 포함돼 있다. 가스 할인이 중단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국가부도 위기에 빠진 우크라이나 경제는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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