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월세 임대주택, 세금이 문제다

주택 임대차 계약이 빠른 속도로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고 있다. 금리가 낮은 데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집주인은 전세금을 받아 은행에 넣어 봤자 이자가 몇 푼 안 되니 월세를 선호한다. 그전에는 전세금을 안고라도 부동산을 사두면 값이 올라 이득이 있었다. 이런 연유로 그동안 전세가 월세보다 많았는데 상황이 달라진 지금은 전세와 월세 비중이 거의 비슷해졌다.  세입자 입장은 집주인과 정반대다. 은행 금리가 낮기 때문에 대출을 받아 전세 계약을 하는 것이 월세보다 주거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대출금은 전세금으로 집주인에게 맡겨 놓은 상태이고 대출 이자가 월세보다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바꾸겠다는데 세입자가 어찌하겠는가.  더구나 이런 일은 고가 주택이 아닌 주로 서민이 거주하는 소규모 주택 임대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먹혀들지 않는 불완전한 시장이다. 갑의 위치에 있는 집주인이 제시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을의 위치인 세입자는 이사를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정을 보다 못한 정부가 세금을 미끼로 중재에 나섰다. 집주인에게는 세금 감면을, 세입자에게는 세금 환급 혜택을 줄 테니 월세를 너무 올리지 말라는 것이다. 사실 서민을 진정 위한다면 정부가 전세 임대주택을 많이 공급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담당하는 LH공사의 부채가 너무 많다. 지난해 6월 기준 자본금은 30조원인데 부채가 141조원으로 부채비율이 400%를 넘는다. 주택 임대 사업에 추가로 뛰어들 여력이 없어 보인다. 대안으로 임대주택 리츠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세금을 감면해줌으로써 민간 자본의 참여를 유도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금리가 낮아 수익성이 떨어지는데 민간 사업자가 얼마나 참여할지 의문이다. 정작 불똥은 엉뚱한 곳에 떨어졌다. 노후 대비용으로 집 두어 채를 어렵사리 장만해 월세를 놓고 살아가는 계층에게 세금이라는 무거운 숙제가 부여된 것이다. 지금까진 비과세가 관행이었는데 임대소득을 신고하고 세금을 내라는 것이다. 더구나 근로소득자들에게 월세에 대한 세금 혜택을 준다고 하니 이들이 과세관청에 계약 내용을 신고할 것이다. 그동안 노출되지 않은 임대소득에 대해서도 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집주인을 달래기 위해 임대소득에 대해 14% 세율이 적용되는 분리과세 방안을 들고 나왔다. 문제는 집주인의 부담이 소득세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월세 임대소득이 있는 자는 그에 따라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부담도 늘어나게 돼 있다. 이러한 조세 공과금 부담은 결국 세입자에게 전가될 공산이 크다. 결과적으로 세입자인 서민만 더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근로소득자 사정도 비슷하다. 연간 월세납부액의 10%를 세금에서 공제하는 제도가 도입되면 정부가 한 달분 월세를 보조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는 과장 홍보다. 50만원의 세액 공제를 온전히 받으려면 연봉이 5000만원 이상(산출세액 50만원-세액공제 50만원=0)이어야 가능하다. 연봉이 3000만원인 근로소득자의 월세 세액공제는 20만원 남짓에 불과하다. 세액공제는 산출세액 범위 안에서만 공제된다. 저소득 근로자일수록 혜택이 적은 구조다. 더구나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 면세점 이하 저소득 근로자는 월세를 살아도 세액공제를 받을 길조차 없다. 정부가 세금 감면 혜택을 남발하는 것 또한 정도가 아니다. 비과세나 세금 감면을 폐지 또는 축소해 복지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적어도 집주인과 세입자가 보는 세금 혜택은 같아야 한다. 그래야 조세 부담의 전가라는 부작용을 막고 월세에 대한 세금 부과 제도가 연착륙할 것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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