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에게 국민과 소통하는 자세 당부…“정치권, 법관 비판 안타깝지만”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지구가 자전하는 속도는 초속 약 460m, 공전하는 속도는 초속 약 30km, 태양의 속도는 초속 약 230km이다.”고등학교 ‘지구과학’ 수업 현장에서 나온 얘기가 아니다. 지구의 자전 속도와 공전 속도를 언급한 주인공은 양승태 대법원장이다. 양 대법원장은 28일 오전 대법원 본관에서 열린 ‘연임 법관’ 축하 행사에서 지구과학 수업에나 나올 법한 얘기를 꺼냈다. 연임법관 행사는 임용된 지 10년이 지난 후 연임된 법관들을 격려하고 축하하는 자리다. 양 대법관이 이날 지구 자전 속도를 언급한 이유는 법관이 국민의 시선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에서 나왔다. 대법원장은 “(지구의 자전과 공전은 매우 빠른 속도이지만) 그 안에 사는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하고, 다른 천체의 움직임을 통해서만 그것을 알 수 있다”면서 “우리가 하는 재판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장은 “재판 과정이나 내용이 진정으로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을 만한 것인지, 무언가 문제점은 없는지 등을 안에 있는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할 수 있다”면서 “수십억 년의 지구 역사상 가장 오래 살아남은 종은 가장 강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한 종이라는 다윈의 말도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판결에 대한 정치권의 불만 표출에 유감을 나타내면서도 법관 스스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장은 “최근 개별 사건의 판결 직후, 정치권이나 특정 사회단체 등에서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라는 이유로 법관 개인을 원색적이고 부당하게 비판하는 경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법원장은 “우리 법관들이 법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 없이는 법원의 미래가 없다는 점을 함께 인식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에 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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