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환의 평사리日記]우편번호

나의 주소는 은하수 넘고 넘어 파란별입니다.억만개의 별들 가운데 용케도 잘 찾아왔습니다.이 작은 파란별에서 반평생을 살아 왔습니다.남은 반이 또 지나면 낯선 주소 들고 내가 떠나온 은하수를 찾아 떠날 것입니다. 나의 고향은 버드나무입니다.그 곁에는 개울물이 졸졸 흐르고 코흘리개들이 책 보따리 던져놓고 뛰노는 곳입니다.신작로 옆에 방앗간이 있고 하루 서너번 지나는 완행버스 꽁무니엔 구름처럼 뽀얀 먼지가 향기로웠던 곳입니다.나의 번지는 나뭇가지입니다.바람이 시작되고 머물고 잠자는 곳입니다.이 번지 들고 날 찾아오면 나는 바람과 함께 버드나무에서 놀고 있을 것입니다.나의 우편번호는 어머니입니다.이 우편번호 봉투에 써 넣고 빨간 우체통에 넣으면 엄마에게 배달될 것입니다.어머니 전상서로 시작되는 편지지 접고 접어 오늘도 우체국으로 달려갑니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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