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호주, 5조원 규모 양자 통화스와프 체결(종합)

23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오른쪽)와 글렌 스티븐스 호주중앙은행 총재가 시드니에서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한국과 호주가 양자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은행은 호주중앙은행과 원화·호주달러화 자국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이번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에 따라 양국 중앙은행은 무역결제 지원 등을 위해 5조원·50억호주달러(약 45억달러 상당) 이내에서 상호간 자금지원이 가능하게 됐다. 통화스와프 규모는 양국간 교역규모를 중심으로 상호 투자관계, 우리나라와의 FTA 체결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됐다. 통화스와프 계약의 유효기간은 3년이며 만기도래시 양자간 합의에 의해 연장이 가능하다.한국은행 관계자는 "이번 통화스와프는 양자간 교역 촉진을 통해 상호 경제발전을 증진시킬 목적으로 체결됐다"며 "특히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은 시기에도 무역대금을 자국통화로 결제할 수 있도록 보장, 금융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배경은?=한국과 호주는 지난해 10월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의 '한-호주 정상회담'에서 상호간 우호 협력 증진을 위해 통화스와프 체결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한국은 호주의 제4위 교역국이며, 호주는 우리의 제7위 교역국에 해당한다. 지난해 양국 총교역량은 약 300억달러로 한국의 수출이 96억달러, 수입이 208억달러며 무역수지는 한국이 112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호주는 우리나라의 무역 등 실물부문에서 중요한 거래상대국 중 하나며, 국제금융기구 및 다자협력체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다. 특히 IMF, 세계은행(WB),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에서 동일한 이사실을 구성하면서 이사와 대리이사를 교대로 수임하기도 했다.또한 호주는 자원부국으로 양국간 교역구조가 상호보완적이다. 호주는 우라늄·철광석 매장량이 세계 1위며, 한국의 해외 광물자원 분야 최대 투자국이자 최대 석탄 수입 대상국이다.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은 석유제품, 승용차 등 생산제품 위주며, 수입품은 주로 철광, 유연탄, 원유 등 천연자원이다.게다가 호주는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가장 높은 신용등급을 받고 있는 국가다.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가장 높은 신용등급을 받는 국가는 독일, 캐나다, 노르웨이, 호주 등 10개국에 불과하다. 또 호주 달러는 세계 외환거래 규모 5위, 외환보유액 구성 6위의 국제통화이자 주요 원자재통화의 위상을 가지고 있다.호주가 우리나라와 교역 및 투자가 활발한 데다 향후 한-호주 자유무역협정이 시행되면 협력관계가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양국간 통화스와프 체결 배경 중 하나다.한국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나라는 평상시용 자국통화 스와프 계약을 주로 신흥국들과 체결했으나 이번에는 통화스와프의 네트워크 확장 및 정책효과 강화 등을 위해 선진국인 호주와 체결하게 됐다"며 "호주가 아태지역의 핵심 선진국이자 자원부국으로 G20 및 APEC 등을 통한 역내 영향력이 큰 점, 호주달러화가 주요 국제통화 중 하나인 점 등도 고려했다"고 말했다.◆효과는?=이에 따라 양국 통화부문 협력 강화는 안정적 경제발전을 위한 교역 촉진에 기여하고 대외 경상결제에 있어서도 원화와 호주달러의 사용이 확대되는 등 역내 거래에서 자국통화 활용도를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특히 현재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으로 전세계적으로 금융안전망 강화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시기적으로도 적절한 결정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호주와의 통화스와프가 직접적으로 금융·외환시장 안정 목적으로 체결된 것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다.또한 이번 호주와의 통화스와프는 우리나라의 통화스와프 네트워크가 아시아 신흥국 중심에서 선진국으로까지 확장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아·태지역내 영향력 있는 선진국이자 자국통화가 국제통화로 기능하고 있는 호주가 우리나라를 통화스와프 파트너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가 제고되는 효과도 있다.무역결제에 있어 유사시 미달러화 유동성 부족에 대응해 나갈 수 있는 실질적인 금융안전망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양국 중앙은행은 원·호주달러 통화스와프 자금을 양국간 무역결제에 지원, 과도한 미달러화 의존도를 낮추고 위기대응능력 제고의 기반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역결제에 있어 미달러화 결제 관행이 여전해 단기간 내 자국통화가 활성화되기는 어렵겠지만 일관된 정책지원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다만 한국은행은 호주와의 통화스와프가 위기대비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은 관계자는 "호주와 통화스와프는 평상시 상호 교역증진이 주목적이고 공급통화가 기축통화가 아닌 자국통화라는 점에서 직접적인 위기대비용은 아니다"고 말했다.한국은행 관계자는 "앞으로도 금융 및 경제 협력, 원화의 대외 수용성 제고, 금융안전망 확충 등을 위해 상호간 이익이 되는 국가들과의 양자 통화스와프를 선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며 "현 시점에서 미 연준과의 원달러 통화스와프 체결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지는 않지만 향후 양적완화 축소 속도 및 금리 인상시기에 대한 시장의 기대 변화, 신흥국 금융불안 심화 가능성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크게 확대돼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적절한 대응을 할 것"아라고 강조했다.김철현 기자 kc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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