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24일 서울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열린 제1차 임시이사회를 마치고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내외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흡연으로 새어나가는 진료비를 돌려달라는 '담배소송'을 빠른 시일 내 추진하기로 했다.국민건강보험공단은 24일 오후 5시 서울 마포구 독막로 공단 6층 중회의실에서 제1차 임시 이사회를 열고 '흡연피해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안'(이하 담배소송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이사회에는 총 15명 가운데 안전행정부·노동단체 대표를 제외한 13명이 참석했고 이 중 11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 측 대표 2명은 "담배소송의 대상, 규모, 시기를 구체화해 승소 가능성을 더 높이는 것이 좋겠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이사회에서 재적 이사의 과반수가 담배소송안에 찬성함에 따라 공단은 언제든지 담배소송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담배 소송의 대상과 규모, 제소 시기는 모두 김종대 이사장에게 위임됐다. 공단은 이를 위해 흡연과 각종 질환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주는 공단의 빅데이터, 국립암센터의 암환자 등록자료, 흡연력을 확인할 수 있는 한국인 암예방연구자료를 연계해 소송 규모를 검토 중이다. 공단은 빠른 시일 내 소송 규모를 산출하고 소송대리인단을 구성한 뒤 바로 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빠르면 2월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세포암(폐암)과 편평세포암(후두암)의 진료비 가운데 공단 부담금을 환수하기 위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2010년도분으로 한정해도 이들 질환에 대한 소송액은 600억원에 달한다.김종대 이사장은 임시 이사회가 끝난 후 언론 브리핑을 열고 "현재 소송의 규모에 대해서는 흡연력 확인방법에 따라 최소 130억원에서 최대 3326억원까지 가능한데 관련 전문가 등과 논의한 후 결정할 것"이라며 "이런 과정 속에서 정부와 협의해나가면서 의견을 모으겠다"고 말했다.당초 '1차 소송' 규모가 600억원대로 알려졌으나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소송 과정, 흡연연구의 진전, 사회적 여론, 외국의 사례, 국회 입법 등을 고려하면 소송 규모가 수조원대로 이를 수 있다.안선영 공단 법무지원실 변호사는 "소송 규모가 확정되고 대리인단이 구성되면 지체 없이 소를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담배회사의 위법성과 담배의 결함을 입증하기 쉽지 않겠지만, 해외 사례와 내부 고발자 진술 등을 고려하면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강조했다.한편 공단은 지난해 초부터 9차례에 걸쳐 흡연 폐해 연구결과, 국내외 담배소송 사례, 전문가 의견 등을 살펴봤다. 특히 지난해 8월에는 흡연으로 인해 연간 1조7000억원의 건보재정이 새어나가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흡연과 관련된 35개 질환에서 '불필요하게' 지출된 금액이자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 46조원의 3.7%(2011년)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 10일에는 '국민건강보험 정상화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산하에 '흡연피해구제추진단'까지 꾸리는 등 담배소송의 면밀히 준비해왔다. 공단 관계자는 "소송 수행에 총력을 기울이고 담배사업자 수익금 일부를 흡연피해 치료비용에 사용하도록 하는 법안, 손해 및 인과관계의 입증 책임 완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담배소송법'의 입법을 병행 추진할 것"이라며 "국민의 건강 증진과 재정누수방지를 위한 보험자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했다.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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