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롱쇼트 투자의 빛과 그림자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주가지수가 박스권 등락을 거듭하면서 롱쇼트 전략이 자산운용업계의 든든한 수익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롱쇼트 전략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종목을 사고(롱), 비싼 종목은 내다파는(쇼트·공매도) 매매패턴으로 지수가 좁은 범위 내에서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장세에서 절대수익을 거두는 데 유용하다. 동일 업종에서 두 개의 종목을 투자 대상으로 정하고 특정 기간 주목을 덜 받은 종목을 사고 단기 상승세가 뚜렷했던 종목은 공매도하는 전략이 주로 구사된다.  고액 투자자들은 뚜렷한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 장세에서도 시중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한다. 때문에 롱쇼트 전략은 자산운용사의 능력과도 직결되는 분위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제 막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한국형 헤지펀드들도 앞다퉈 이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시장에 설정된 헤지펀드는 총 26개다. 이 가운데 국내 주식을 대상으로 롱쇼트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가 16개에 이른다. 채권 차익거래, 파생상품 거래 등을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는 손에 꼽을 정도다. 주요 선진국 헤지펀드의 경우 롱쇼트 전략 의존도가 20% 정도 임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에게 유용한 운용 수단으로서 트랙 레코드를 쌓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봐야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시장 상황이 호전되거나 운용 기간이 길어지면서 노하우가 축적되면 다양한 수익창출 전략이 구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롱쇼트 전략에 능통한 운용사로의 자금 쏠림 현상은 이런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한국형 헤지펀드의 순자산가치가 2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가운데 브레인백두와 브레인태백 헤지펀드의 시장점유율이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펀드는 적극적인 롱쇼트 전략을 구사하면서 지난해 말 현재 설정 후 수익률이 각각 39%와 16%를 기록하며 헤지펀드 수익률 상위에 포진했다. 하지만 과점에 따른 부작용을 가늠케 하는 신호가 하나 둘 켜지고 있다. 무엇보다 특정 운용사의 상품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보니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 헤지펀드에 투자를 머뭇거리고 있다. 비슷한 운용방식을 꾀하는 펀드에 굳이 돈을 맡길 이유가 없어서다. 다양한 금융기법이 구조화된 상품을 양산해 시장 선진화를 도모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자산운용업계의 맹목적인 롱쇼트 전략이 박스권 장세를 부추긴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외국인의 시장영향력이 떨어진 최근 시장에서 롱쇼트 전략을 구사하는 운용사들이 시장 분위기를 주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기업가치에 따라 단기 상승한 대형주의 경우 롱쇼트에 기반한 기관들의 물량 출회를 걱정해야할 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산운용업계의 '롱쇼트 독점' 욕심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금융당국은 올 하반기부터 헤지펀드 자기자본 요건을 낮춰 투자자문사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운용사들이 "시장이 교란될 수 있다"며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헤지펀드 인가만 받아놓고 기존 운용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소형사의 진입을 방해해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려는 행동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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