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2013년 주택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시장 양극화'일 것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수도권 시장 내에서도 코어마켓과 이외 지역의 격차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 분양시장에서 두드러진 모습을 보였다. 수도권 대다수의 지역은 청약미달과 미분양을 걱정하지만, 강남 인근 지역에 있어서는 60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까지 나타내며 프리미엄까지 형성되고 있다. 주택시장에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소득 양극화'라는 우리 경제의 가장 거대한 트렌드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소득 불평등은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심화되었다. 최근 들어 소폭 개선되었으나, 2012년 기준으로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 소득에 5.76배에 달한다. 가장 대표적인 소득 불평등 지수인 지니계수는 2000년 0.279에 불과하였으나 2012년 현재 0.310 수준이다. 통계치에 비해 실질적인 소득 불평등 수준은 더욱 나쁘다는 주장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소득 불평등 심화는 공간시장인 부동산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수도권의 시군구별 소득 수준의 격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신용정보업체인 KCB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의 최상위 구의 소득 대비 최하위 구의 소득 비율은 2010년 서울은 73.6% 수준이었으나 2013년 72.7%로 하락하였다. 인천과 경기도 비슷한 양상이다. 수도권의 상당수의 시군구 소득이 최상위 구 대비 배율이 낮아진 것이다. 2013년 하반기 들어 거시경제 여건이 다소나마 나아지고 있지만, 소득불평등 심화에 따라 공간시장도 지역적으로 다른 양상이다. 안정적 소득층은 주택에 대한 지불 여력이 높아지나, 저소득층은 변화가 없거나 나빠졌다. 그러다 보니 거시경기 회복을 나타내는 숫자와 전반적 주택시장의 체감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주택시장 양극화의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주택시장의 변동성이 과거의 전역적 변화에서 국지적 변화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주거이동성이 광역적으로 나타났다. 강북에서 강남으로 이동했고, 서울에서 경기 외곽의 신도시로의 이사를 마다하지 않았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이동했고, 집값 상승을 기대하며 이사했다. 수도권 전역이 함께 들썩였다. 하지만 이제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고 오히려 현재 주거지가 제공해주는 출퇴근의 편리성, 안정적인 교육 서비스 등이 주는 이점이 더 커졌다. 수요의 움직임이 국지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2006년 매매 거래량 중 당해 시군구 매입의 비중은 53.3%였다. 2013년 들어서는 60.0%까지 확대되었다. 더욱 중요한 점은 지속적으로 당해 시군구 매입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추이적 특징이다. 현재의 거주지의 이점을 버리고 장거리로 이동하는 비율이 낮아지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소득양극화와 국지적 변동성 확대는 고용 중심지 인근의 안정적 주거인프라를 갖춘 지역에 대한 수요 집중이 강력해질 것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주택시장의 양극화 심화는 정부와 시장참여자 모두에서 새로운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적 수급불일치 문제 심화 등으로 주택정책에 있어 공간정책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이다. 업계는 공간시장 양극화로 상품 다양화 및 리스크 관리 요구가 거세질 것이다. 당장 내년 수도권의 회복세가 예상되나, 특정지역에 제한적으로 나타나 수주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반면 적체된 미분양이 쌓여있는 수도권 외곽지역은 수요자의 외면으로 여전히 위험요인이다. '주택시장의 양극화'는 단기적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도 우리경제가 벗어나기 쉽지 않은 어려움이 될 것이다. 부동산시장도 거시경제의 큰 테두리 안에서 움직일 것이다. '양극화' 현상을 제대로 인식하고 미래의 방향성을 예측하는 것은 2013년 말 현재 정부와 업계 모두에게 주어진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다.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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