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미국 정부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반 총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유엔기자단(UNCA) 초청 만찬 행사에서 자신이 미국 국가안보국(NSA)으로부터 도청당했던 사실을 풍자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동영상 도입부에는 반 총장이 유엔 평화사절로 활동하는 유명 팝가수 스티비 원더가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움에 집무실에서 흥겹게 춤을 추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장면은 고스란히 유엔 사무총장 방에 설치된 몰래 카메라를 통해 녹화된다. 이어서 반 총장은 회의시간에 직원들에게 “우리 모두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We must be the hardest working)”라고 지시한다. 하지만 이를 도청하던 정보원들은 이를 엉덩이춤을 춘다는 '하디스트 트워킹(hardest twerking)'으로 잘못 알아듣고 상부에 보고한다. 이는 심지어 외부에 유출돼 세계 언론에 대서 특필되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반 총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이 동영상은 미 정보당국의 광범한 도청 및 감시 문제를 유쾌하게 풍자했다는 평을 듣는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동영상을 통해 반 총장이 미국 정부에 뼈 있는 유감 표시를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더구나 최근 반 총장은 각종 국제현안의 처리과정에서 미국 정부의 일방적 요구를 불편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 8월 말 미국 정부와 반 총장은 미국의 시리아 공습과 관련된 유엔 화학무기 조사단 철수 문제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당시 미국은 시리아 공습을 위해 유엔 조사단의 즉각 철수를 요구했으나 반 총장은 “국제사회의 객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며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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