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최대열 기자] 11일 오전 9시30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연말 인사를 앞둔 현대자동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이 검은 양복 차림으로 등장했다. 기아차 성장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 이형근 부회장이 부친상을 당했다는 소식에 직접 위로의 말을 건네기 위해서다. 이날 정 회장은 연말 인사철을 맞아 각종 사업보고와 신년구상 회의 일정이 산적한 가운데서도 함께 회사를 일궈온 임직원의 아픔을 함께하겠다며 발인 전에 빈소를 찾았다.
그는 빈소에서 이 부회장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하고 30분가량 머무른 후, 다시 경영진 보고를 받기 위해 회사로 향했다. 양웅철 현대차그룹 연구개발 부회장 등이 정 회장과 동행했다. 신종운 품질담당 부회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최한영 상용차담당 부회장을 비롯한 일부 부회장단은 전일 빈소를 방문했다.재계 총수가 그룹 임직원의 슬픔을 위로하기 위해 직접 빈소를 찾는 일은 흔치 않다. 더욱이 신년 사업계획 발표와 연말 그룹 인사를 앞둔 시점에서는 더욱 눈길을 끄는 행보다. 삼성, LG, 롯데 등 주요그룹은 현대차그룹에 앞서 연말 인사를 발표했다. 더욱이 내주에는 현대기아차의 해외 전략을 논의하는 해외법인장 회의도 잡혀있는 상태다.평소 정 회장은 함께 일하는 가신들의 경조사를 꼼꼼하게 챙기기로 유명하다. 이는 그만큼 회사 성장을 위해 힘쓴 임직원들의 노고를 인정하고, 이에 감사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정 회장은 2010년 측근이던 김승년 현대기아차 구매총괄본부장이 심장마비로 사망했을 때와 2008년 김평기 현대위아 고문이 별세했을 때도 두 차례나 빈소를 방문해 애도를 표했다. 지난해 말에는 이민호 현대로템 사장의 갑작스런 부고에 유가족을 위로하기위해 달려갔다. 올 여름에는 현대정공 시절부터 함께 일해 온 김용환 부회장의 자녀 결혼식에 참석해 축하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기아차 성장의 핵심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 부회장은 기아차의 브랜드를 현대차 수준으로 끌어올리라는 정 회장의 특명을 받고 2009년 기아차 해외영업ㆍ마케팅담당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이듬해 기아차 총괄 부회장에 올랐다. 이 부회장 부임 이후 1만원대였던 주가는 5배 이상 뛰어올랐다. 또한 그는 정 회장의 해외출장 때마다 빠지지 않고 동행, 지근거리에서 보필하는 측근이기도 하다.이 부회장은 부친의 부고를 외부로 알리지 않도록 특별히 지시하고, 조용한 장례를 치렀다. 연말 인사철과 신년 사업회의 등이 겹친 시기임을 감안해 내ㆍ외부에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이 부회장의 소탈한 배려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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