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영화]소년을 관통하는 사랑의 열병‥'머드'

제65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노미네이트..'테이크 쉘터'의 감독 제프 니콜스의 작품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여기 사랑의 영원성을 믿는 열네살 소년 앨리스(타이 쉐리던)가 있다. 미국 알칸사스 주의 셰릴 호숫가 주변에서 살고 있는 앨리스에게는 광활하게 펼쳐져있는 미시시피강이 그의 놀이터이다. 어느 날 앨리스는 친구와 함께 강 하류 무인도로 건너가는데, 그 곳에서 나무 위에 있는 보트를 발견한다. 이곳을 아지트로 삼겠다던 소년들의 꿈은 '머드'의 등장으로 깨진다. 십자가가 박힌 구두를 신고 낡은 셔츠를 입고 머리는 헝클어진 채 꾀죄죄한 모습으로 등장한 '머드(매튜 맥커너히)'는 금세 소년들과 친구가 된다. 급기야 앨리스는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 중인 '머드'의 탈출을 도와주기로 결심한다. 소년에게는 사랑을 위해 그 어떠한 것, 심지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머드의 모습이 완벽한 사랑의 모습으로 보여졌을 터였다. 제프 니콜스 감독의 신작 '머드'는 소년과 그 주변인들을 통해 사랑에 관한 다양한 모습을 담는다. 사랑은 지구 끝까지 가서라도 지켜내야 한다고 믿는 앨리스에게 이혼 위기에 놓인 그의 아버지는 "사랑을 믿으면 안된다. 조금만 소홀해도 널 버리고 떠날거야"라고 충고한다. 때마침 찾아온 첫사랑은 순식간에 엘리스에게 생채기를 낸 채 떠나가 버린다. 그가 좋아하는 호숫가의 집마저도 철거 위기에 놓인다. 첫사랑의 실패와 부모님의 불화, 철거되는 집 등 현실의 벽에 부딪힌 소년은 머드의 사랑만은 끝내 지켜주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머드가 그의 연인 주니퍼를 만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이들을 도와주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게 흘러간다. 사랑은 영원해야 하는 것인데, 앨리스는 너무 쉽게 끝나는 사랑과 비극으로 치닫는 사랑,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는 사랑, 끝내 포기해버리고 마는 사랑에 혼란스럽기만 하다.
광활한 대자연에서 펼쳐지는 소년의 성장기는 아름답고, 아련하다. 사랑을 구하기 위해 세상의 끝에 온 '머드'는 소년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발견한다. 머드와 앨리스는 닮은 듯 다르고, 다른 듯 닮았다. 영원한 사랑을 믿다 그 유한성을 깨닫고 상처받지만,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오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사랑을 믿게 되는 사이클에서 머드와 앨리스는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항상 젠틀한 모습을 보여줬던 매튜 맥커너히가 이번 작품에서는 맹목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어른답지 않은 어른 '머드'를 연기했다. 제프 니콜스 감독이 각본 단계에서부터 매튜 맥커너히를 주인공으로 염두해두고 있었는데, 현명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영화 '트리 오브 라이프'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보였던 아역 타이 쉐리던의 연기는 그야말로 반짝반짝 빛난다.장편 상업영화 데뷔작 '테이크 쉘터'로 제64회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대상, 국제비평가협회상, 극작가협회상을 휩쓸며 전세계를 놀라게 했던 제프 니콜스 감독은 '머드'로 제65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감독 자신의 경험을 녹여낸 '머드'에 대해 제프 니콜스는 "사랑에 빠지면 마치 열병을 앓는 것 같지만, 그것에 실패했을 때의 고통은 더욱 크다. 그것이 바로 내가 엘리스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부분"이라고 말한다. 28일 개봉.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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