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선도'에 방점 찍은 LG그룹

차세대 TV 先출시에만 급급한 HE엔 냉정, 실적 개선한 MC는 높이 평가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박민규 기자]지난 5월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LG전자를 필두로 한 계열사들의 시장 선도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마케팅과 공급 역량을 주문했다. 그 결과 2014년 임원 인사에서 TV 사업을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와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의 상반된 운명이 LG그룹의 현 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 LG전자 내부에선 HE 사업본부장인 권희원 사장과 MC 사업본부장인 박종석 부사장 두 사람의 경질설이 돌았다. 두 사람 모두 사업본부를 맡은지 1년 밖에 안됐었다. 두 사업본부 모두 실적이 좋지 않았고 제품 역시 시장에서 주목 받지 못했다. 하지만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1년이라는 시간을 더 줬다. 범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1년만에 시장 선도 결과를 평가하기는 다소 이르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다시 1년이 지난 뒤 두 사업본부에 대한 평가는 혹독했다. 두 사업본부 모두 혁신 제품을 내 놓긴 했지만 TV 부문에선 영업이익률이 급감하는 등 계속된 하락추세를 보였다. 결국 권 사장은 경질됐다. 스마트폰 역시 제대로 된 수익을 내지는 못하지만 1년전에 비해 크게 실적이 개선됐다. 특히 미국 소비자 잡지 컨수머리포트에서 경쟁자들을 제치고 '올해의 스마트폰'으로 LG전자의 'G2'가 선정되는 등 시장 선도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박종석 MC사업본부장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LG전자 HE사업부문의 매출은 2011년 23조7590억원에서 지난해 22조3313억원으로 6% 감소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3ㆍ4분기 누적 매출이 15조224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 줄었다. 영업이익 역시 계속 줄고 있다. 북미 TV 시장에선 시장점유율이 10.5%까지 떨어지며 미국 비지오(17.7%)에 2위 자리를 내줬다. 1위 삼성전자(33.5%)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반면 MC사업본부는 전략 스마트폰인 G시리즈를 내 놓으며 글로벌 시장서 입지를 배가시키고 있다. 지난 1분기 LG전자는 삼성전자, 애플에 이어 세계 스마트폰 시장 3위로 올라섰다. 매출과 영업이익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9조37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982% 급증해 1143억원을 기록했다. 2011년 2757억원 영업손실을 봤고 지난해 영업이익이 593억원에 머물렀던 점을 감안하면 신장세가 뚜렸하다.이처럼 두 사업본부의 실적 차이가 극명한 까닭은 구 회장과 구 부회장이 수년간 강조했던 '시장 선도'의 성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TV의 경우 주력 제품군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차세대TV 선출시에만 급급했다는 평가다.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개발 성공을 LG전자가 자신의 시장 선도 성과처럼 포장했다는 지적이다. 차세대 TV 시장에선 선도자 역할을 자처했지만 TV 사업 본연의 경쟁력은 오히려 후퇴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경우 단순히 이름 뿐인 시장 선도가 아닌 주력 제품인 G2가 제품 기술력을 인정 받으며 자연스럽게 실적, 시장점유율도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이처럼 단순한 실적이 아닌 회사 자체의 역량을 배가시켰다는 판단에 박종석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것이다. 구본무 회장, 구본준 부회장의 철저한 시장 선도 결과 평가에 LG그룹 내부 임직원들도 호응하고 있다. 그동안 창업주부터 고수해왔던 인화(人和) 중심의 경영 철학으로 인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가 단행될때가 많았는데 시장 선도라는 분명한 원칙을 세우고 거기에 맞춰 진행하다 보니 긴장감과 업무에 대한 집중도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LG 고위 관계자는 "시장 선도라는 분명한 원칙을 세우고 거기에 맞춰 인사가 진행되며 내부 임직원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LG전자의 이번 인사는 어떻게 시장을 선도할 것인가 시장을 선도했다는 것을 어떻게 평가받을 것인가에 대한 답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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