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준우승 감독 경질한 두산, 왜?

김진욱 감독(왼쪽)[사진=정재훈 기자]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프로야구 두산이 사령탑을 교체했다. 송일수 2군 감독을 제9대 감독으로 27일 선임했다. 12월 1일 선수단과의 상견례를 마련하고 코치진 구성, 내년 전지훈련 등 선수단 운영 일정을 논의할 계획이다. 두산 구단은 이날 오후 잠실구장에서 2군 선수들의 훈련을 지도하던 송 감독에게 정식으로 감독직을 요청했다. 이를 수락한 송 감독은 “전혀 생각을 못하고 있던 터라 놀랐다”면서도 “팬들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멋지게 이기는 야구를 보여드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모든 열정과 능력을 남김없이 쏟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두산은 올해 정규시즌을 4위(71승3무54패)로 마쳤으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루는 저력을 발휘했다. 선수단을 이끈 김진욱 감독은 관례상 내년 시즌에도 지휘봉을 쥘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구단은 안주가 아닌 변화를 택했다. 일본 미야자키 현에서 마무리훈련을 지휘하던 김 감독을 26일 잠실구장으로 불러들여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당초 내년까지 감독 계약이 되어있던 김 전 감독은 별다른 이의 없이 구단의 뜻을 받아들였다. 감독 교체 사실이 알려진 현재 그는 휴대폰을 꺼놓은 채 칩거하고 있다.두산 구단은 이번 선임 배경에 대해 “송 감독은 원칙과 기본기를 중요시하는 분이다. 경기 중 상황 대처능력이 뛰어나 창의적이고 공격적인 야구를 구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2군 감독을 맡으면서 선수들과 많은 나이 차이에도 스스럼없이 다가서는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해 선수들로부터 신임이 두텁다”라고 덧붙였다.김 전 감독 선임 때와 비슷한 설명이다. 당시 두산은 “선수들 사이 신임이 꽤 두텁다.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데다 많은 대화로 선수들에게 동기와 목적을 심어주는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한다”고 김 전 감독을 소개했다. 소통에 대한 문제는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시즌 중 ‘화수분 야구’가 낳은 수준급 유망주들과 기존 주전급들을 고르게 활용하지 못했단 평이 적잖게 있었다. 실제로 몇몇 고참 선수들은 김 전 감독의 선수기용에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진욱 감독(오른쪽)[사진=정재훈 기자]

하지만 이를 경질의 직접적인 배경이라 보긴 어렵다. 구단 특유 색깔이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두산 관계자는 그 원인을 묻는 질문에 “구단 차원에서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했다.사실 김 전 감독의 경질설은 시즌 초부터 있었다. 5, 6월 선수단이 위기에 놓이자 전술과 판단 등에 의구심 섞인 목소리가 잦아졌다. 김 전 감독은 가을야구에서 오명을 깨끗이 털어내는 듯했다. 넥센과 LG를 각각 3승2패와 3승1패로 물리치고 선수단을 한국시리즈로 견인했다. 그러나 3승 1패로 우승에 1승만을 남겨놓고 내리 3연패를 당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 과정에서 구단은 김 전 감독의 지휘에 적잖은 실망을 느낀 듯하다. 두산 관계자는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밀어붙이는 힘이 부족했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선수들이 허슬 플레이를 선보이며 써내려간 기적에 화룡점정을 찍지 못했단 얘기다. 두산 수뇌부는 2007년부터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렸으나 번번이 쓴잔을 마쳤다. 이번 포스트시즌을 12년 만의 갈증을 해결할 절호의 기회로 본 건 당연했다. 그러나 선수단은 5차전부터 7차전을 내리 삼성에 졌다. 당시 구단 관계자는 “다음 승부를 감안한 김 감독의 신중한 결정이 삼성에 반격의 여지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조금 더 과감해야 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김진욱 감독(왼쪽)[사진=정재훈 기자]

정규시즌 4위에 그친 성적도 김 전 감독의 발목을 잡았다. 시즌 초 우승 전력을 자부했으나 포스트시즌에 턱걸이한 까닭이다. 하지만 그 책임과 한계를 모두 김 감독이 짊어지는 건 다소 무리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한 야구 관계자는 “두산은 시즌 초 제대로 된 외국인투수를 데려오지 않았다. 그 교체 시기도 매우 늦었다”며 “그럼에도 좋은 성적을 기대한 건 무리”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국시리즈 시작부터 선수단의 체력은 바닥이 나 있었다. 김 전 감독이 제대로 지휘봉을 휘두를 수없는 환경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시리즈 준우승에도 경질되는 분위기가 지도자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궁금하다. 유쾌한 시각만큼은 아닐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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