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KT의 CEO리스크는 이번에도 비켜가지 않았다. 이석채 KT 회장이 3일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이 이석채 회장에게 배임 혐의를 물어 지난달 22일부터 이 회장 자택을 비롯해 KT 본사 등을 대상으로 검찰수사를 진행한지 12일 만이다. KT는 지난 2002년 공기업에서 민간 기업으로 전환한 이후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되는 운명에 처했다. 업계에서는 "남중수 전 사장의 전례를 비춰 보아 검찰 수사가 '이석채 밀어내기'를 위한 카드였다는 해석이 틀리지 않은 셈"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회장은 2009년 1월 KT 사장으로 취임해 두 달 후인 3월 회장에 올라, 취임 3년 만인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지 9개월 만에 자진사퇴했다. 이 회장의 공식 임기는 2015년 3월까지로, 임기 1년 4개월을 남겨놓은 시점이다. KT 회장의 임기는 3년이다. 그런데도 민영화 이후 이 임기를 다 채운 CEO는 이용경 전 사장(2002년 8월~2005년 8월)이 유일하다. 이어 남중수 전 사장이 취임했는데, 남 사장은 임기 3년도 채 안된 2007년 12월 주주총회를 열어 연임을 결정했다. 남 사장이 연임 절차를 서두른 이유는 있었다. KT 고위관계자는 "주주총회는 통상 3월에 여는데 2008년 2월 정권 교체 이후 외압이 있을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고 그래서 남 사장도 주총을 서둘러 열고 연임한 것"이라며 "그래도 결국 1년을 못 버티고 이석채 회장으로 교체됐다"고 말했다. 남 사장은 2008년 10월16일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20일 만인 11월5일 사퇴했다. CEO 리스크가 재발하면서 KT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지도 관심사다. 일단 이 회장은 "후임 CEO가 결정될 때까지 남은 과제를 처리하고 후임 CEO가 새로운 환경에서 KT를 이끌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상 KT 회장 공백은 지금부터 시작된 셈이다. KT는 국내에서 이동통신3사 경쟁 속에서 대규모 이동통신 가입자 이탈 위기를 돌파할 동력을 잃게 됐다. 해외에서는 르완다와 케냐의 롱텀에볼루션(LTE) 망 구축사업과 같은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시작하자마자 CEO 공백 상태를 맞았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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