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홍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시작하세요'

세계적 로봇 공학자 데니스 홍, 30일 고려대에서 강연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무엇을 하든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가능하다고 생각해야 현실로 이룰 수 있습니다.”세계적 로봇 공학자 데니스 홍 버지니아 공과대 교수(사진)가 30일 오후 고려대를 찾았다. 통합 인재 양성을 위한 고려대 ‘University Plus’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된 특강을 위해서다. ‘강연할 때 뛰어다녀도 돼요?’ 라는 물음으로 강연을 시작한 홍 교수는 강의 내내 시종일관 유쾌함과 열정을 보여줬다. 강연이 진행된 고려대 하나스퀘어 강당은 대학생뿐만 아니라 그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온 중·고등학생들로 가득 찼다.홍 교수는 로봇을 연구할 부푼 꿈을 안고 1989년 고려대 공대에 입학했지만 고등학교와 다를 바 없던 대학 공부에 실망해 유학을 결심, 3학년 때 미국 위스콘신 대학으로 떠났다. 그는 “미국 대학이 좋은 점은 학부때부터 교수·대학원생들과 함께 연구에 참여할 수 있다는 거예요”라고 말했다.그가 운영하는 로봇연구소인 로멜라(RoMeLa)도 학부생들이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 곳에선 학부·대학원생들이 열정적으로 로봇을 연구한다. 그가 슬라이드를 통해 보여준 연구소 내 학생들의 표정은 모두 웃음이 가득했다. 그는 “새벽 3시에도 와서 일하는데 절대 제가 시킨 게 아니에요. 학생들이 정말 즐겨하기 때문에 가능한거죠”라고 말했다. 그 비결에 대해 “먹을 것과 벽을 둘러싼 화이트보드, 공작기계를 마련해 학생들이 수다떨며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 기록하고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홍 교수는 로봇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해 “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생각해보는 것”이라며 “불가능하다고 전제하면 아무것도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그의 로봇 중 가장 인기있는 로봇은 '다윈(DARwIn)'인데, 이 로봇으로 그는 미국 최초로 전세계 로봇 축구 대회인 ‘로보컵’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이와 함께 성인 로봇 ‘CHARLI'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 로보컵 챔피언을 거머쥐기도 했다. 그는 또한 전세계 로봇 연구소들로부터 다윈을 연구용으로 사고싶다는 메일과 전화가 쏟아지자 ‘연구용 저가 다윈’을 개발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를 오픈소스(Open-Source)로 공개한 일화도 밝혔다. 주변에서 왜 어렵게 개발한 로봇 기술을 무료로 공개하느냐고 했지만 그는 “다윈을 시작한 이유가 연구용이었기에 공개했다”며 “항상 인생에서 어려운 질문에 맞닥뜨렸을 때 스스로에게 ‘내가 애초에 왜 이것을 시작했지?’라고 물어본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로봇 축구 경기보다 더 중요한 분야가 많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 “로봇이 축구조차 못한다면 그보다 더 중요한 사람 살리는 일은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그러면서 사람대신 화재 현장에 들어가 화재를 진압하는 로봇인 SAFFiR 등 재난 구조 로봇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THOR'라는 로봇으로 올해 12월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이 개최하는 재난 구조 로봇 대회(Darpa Robotics Challenge)에도 참가할 계획이다. 학생들에게 홍 교수는 “로봇 공학 분야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인데 왜 열정을 가지고 하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신이 하는 일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는 의미다. 그러면서 시각장애인을 위해 개발한 자동차를 장애인 친구가 운전한 뒤 행복해하는 것을 보고 “자신이 하는 일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고백했다.학생들이 로봇 공학자로서 성공한 비결에 대해 묻자 그는 “자신은 하나의 로봇을 만들기 위해 여러 시스템을 통합할 줄 알고 많은 세부 분야를 담당할 팀원들을 모아 하나의 팀을 잘 짠 덕분”이라고 말했다. “T자형 인재가 되어 자신의 분야는 깊이 알되 다른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고 그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협업을 하더라도 코드와 철학이 맞는 사람과 하는 것이 협업 성공의 중요한 요소”라고 학생들에게 강조했다.김지은 기자 muse86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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