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의 향연-소멸과 생성을 본다'…이정걸 개인전

이정걸 'Time Slice-1307'. 2013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빨강은 다채롭다. 빨강은 또 다른 색과 빛이 침투해 오며, 분홍빛과 붉은빛, 자줏빛, 주홍빛, 보랏빛으로 물들어 염색의 번짐처럼 피어오른다. 이러한 색의 향연은 또한 사람의 형상을 만들어 보인다. 여인의 옆모습, 남성 군상들의 실루엣이 표현된다. 특히 캔버스의 거친 질감과 송송 뚫린 구멍들은 평면회화에 입체감을 더한다. 이정걸 작가의 다섯번째 개인전에서 만난 그림이다. 작가가 '타임 슬라이스(Time Slice)'라고 부르는 작업 기법은 이처럼 변화하는 장면을 입체적으로 순간순간 묘사하기 위해 쓰는 방법이다. 이 작가는 버려진 천막에 여러 겹 물감을 입히고, 골판지나 롤러 주사기처럼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캔버스에 입체적인 느낌을 구현해 내고 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소멸과 생명'이다. "삼라만상이 존재하기 시작하는 순간 소멸의 길을 지나 죽음에 이르게 되지만, 그 자리에선 어김없이 또 다른 생명체가 태어난다. 무수히 반복되는 시간의 연속이 곧 세상의 존재감이며 그렇게 반복되는 '소멸과 생성의 비밀'을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한다." 이렇게 작가는 "작품에 모든 생명체가 피할 수 없는 '소멸의 길'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김윤섭 미술평론가는 "이정걸이 보여주는 실험적인 작품들은 무엇을 말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뿐만 아니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까지 충족시킨다"고 말했다.전시는 오는 29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 제3전시실에서 열린다. 이 작가가 2008년부터 시작한 비구상과 구상의 경계에 선 작품들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들 30여점이 선을 보였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문화부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