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국내 방산기업 H사가 해킹을 당해 핵심 무기체계 기술이 무더기로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H사는 전장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전술정보통신체계(TICN)와 세종대왕함급(KDX-Ⅲ)구축함의 전투체계 연동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14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검찰 사이버수사단은 지난 2월 H사가 해킹을 당하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착수했다. 국군기무사령부도 지난 5월 H사의 해킹 정황을 검찰로부터 통보받고 조사에 착수했다. 수사당국은 H사에서 KDX-Ⅲ구축함의 전투체계 프로그램 개발과 관련한 '군 당국과의 회의록, 국방과학연구소(ADD)의 문서, 전투체계 프로그램 개발 로드맵' 등이 유출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문서량만 4GB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당국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이 해킹당했다면 KDX-Ⅲ구축함의 작전반경, 무기체계, 작전계획 등이 그대로 노출된다. 최신예 구축함이라고 손꼽히는 세종대왕함급도 전장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방산기업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초 방산기업 10여곳이 해킹을 당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수사당국도 수사에 착수했지만 결과를 방산기업체에 통보하지 않고 쉬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방산기업 대부분이 H사와 같이 해킹에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백군기 민주당 의원이 기무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방산기업 96개 중 보안관제시스템 등이 설치된 업체는 48개에 불과하다. 이 중 군에서 보안관제시스템을 설치한 업체는 10곳이다. 보완관제시스템 설치 업체가 해킹당한 건수는 2010년 24만여건, 2011년 81만여건, 2012년 169만여건이다. 이 업체는 2010년 42건, 2011년 314건, 2012년 424건의 내부기밀문서 유출을 막아냈다. 하지만 보안관제시스템을 설치하지 않은 방산기업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백 의원은 "방위산업의 기초가 되는 방산기업이 해킹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어 기밀유출은 물론 방산수출에도 막대한 지장을 준다"면서 "관련 예산을 대폭 늘려 방산기업에 대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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