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 스펙' 독서면접, 새로운 기업 채용기법 등장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독서면접이라는 새로운 채용기법이 제시돼 기업들의 채택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독서면접이 탄생한 배경은 최근 변화된 기업환경에서 비롯된다. 지난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전, 기업들은 세계화의 진전에 대응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 디지털 환경을 위한 개방형 인재를 선호해 왔다. 그러나 금융 위기 이후 불황 여파로 신산업 육성 및 미래지속가능 경영을 위해 창의적이며 통섭적 인재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출판진흥원')은 최근 독서면접 메뉴얼을 개발, 제시했다. 독서면접이 확산될 경우 취업 및 채용 시장에도 새 바람이 일어날 전망이다. 특히 취업준비생들은 과거 영어, 상식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인문학 학습에 집중해야할 형편이다. 또한 독서친화기업이 많아지면서 출판시장에도 연쇄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출판진흥원에 정의하는 독서면접이란 기업의 인재 채용 면접기법의 한 형태로, 지원자의 인문학적 교양 수준, 통섭적 사고력을 평가해 기업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는 방식이다. 홍성림 출판진흥원 본부장은 "지속가능한 경영의 핵심요소인 인재 채용을 위해 다양한 면접기법이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채용시 인문학적 소양, 창의성, 통섭적 사고력, 도전정신, 전문성 등을 평가할 수 있는 독서면접 메뉴얼을 개발,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진흥원은 독서면접 활성화를 위해 '책이 일자리다'사업단을 구성하고 사업단 내에 독서정책위원회를 구성, 적극적인 전파에 나섰다. 독서정책위원회는 출판, 대학 취업담당, 기업 인사담당, 도서 및 인사관련학자, 업종별 전문가들로 구성, 기업 실정에 맞는 면접기법을 기업들에게 적용시켜나갈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출판진흥원은 이달 이후 집중되는 기업 채용시장에 독서면접을 시범 적용하기 위해 국민은행 등 대기업 및 공기업 등과 협력을 모색중이다. 김준성 직업노동연구원장은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융복합을 통한 새로운 산업 동력이 창조되는 시대에 시장을 선도하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통섭·창의적 인재 육성은 기업의 사활적 요소가 됐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독서면접과 같은 새로운 채용 문화가 절실하다는 의견이다. 출판진흥원의 독서면접 메뉴얼을 보면 ▲ 개인 독서력 평가형 ▲ 추천도서 적용 평가형 ▲ 지원자 도서제안형 ▲ 지원자 자문자답형 ▲ 에세이 사전 작성형 ▲ 에세이 현장 작성형 ▲ 에세이 심층 토론형으로 구분된다. 취업 전문지 컴퍼스 잡앤조이(Compus Job&Joy) 7월호가 전망한 올 하반기 채용시장 특징은 ▲ 다양한 채용 트랙 도입(KB 국민은행 '창의 마케팅 인재', '포스코 창의 열정 인재') ▲ 열린 채용(실무 역량 중심의 평가) ▲ 기업의 채용도 마케팅(캠퍼스 리크루팅, 잡 페어를 통한 이미지 개선) ▲ 면접 강화 ▲ 강소기업 관심도 상승 등을 꼽고 있다. 이에 취업 전문가들은 "채용 시장에서 탈 스펙이 강조되고 있으며 기업들도 인문학적 소양과 융합적 사고를 지닌 인재를 요구한다"고 설명한다. 채용 환경 변화는 기업의 경영 관리 방식에 대한 인식 전환을 요구한다. 즉 지식경영, 창조경영을 위해서는 독서를 통한 지식관리시스템이 더욱 절실해졌다. 지난 2007년 10월부터 15개월동안 진행된 SK에너지의 "책에서 배운 지혜를 경영에 접목하자"라는 프로젝트-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 읽기-는 직원들의 독서가 기업 경영 혁신에 어떻게 기여하는 지를 잘 설명해 준다. 이 프로젝트에는 직원 2143명이 참여해 1200여명, 1만110여건의 글을 올리고, 현장 개선 아이디어 6560여건이 발굴되기도 했다. 의류·유통기업인 '이랜드'는 독서 경영을 기업 경영시스템(인사시스템 및 전략체계) 등에 접목, 기업 경영문화의 한 형태로 구체화시켜 눈길을 끈다. 이랜드 전 직원은 입사 전형과 신입사원 교육과정의 필독서 학습, 승진 심사 시 필독서 읽기 성과 평가 등 고과 반영, 부서 및 팀별 독서 프로그램 및 직급별 필독서, 독서 업무 적용 및 사례 공유 등 신지식 창출 및 인적자원관리에 적용하고 있다.이처럼 독서친화기업의 성공적인 사례가 속속 드러남에 따라 인사전략으로 채택해야한다는 의견이 많아졌다. 윤정국 예술경영연구원장은 "독서면접을 통한 독서경영은 다양한 면접 방식과 함께 활용해 볼만하다"면서 "당장 기업 인사관리에 적용하는 것보다 실질적인 성과를 발굴, 검증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독서친화경영을 위해서는 대학의 학습방식도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해외 대학들의 독서관련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실례로 시카고대학의 경우 1929년 '시카고 플랜'을 채택, 졸업전까지 철학 및 고전 등 100권을 읽도록 했다.이같은 인문학 독서 프로그램은 1929∼2000년까지 6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원천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문학 독서 프로그램은 미국의 전 대학이 '전공 과정', '스터디 플랜' 등 실정에 맞게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독서면접 등 다양한 기법을 통한 통섭적 인재 육성이 병행돼야 하는 상황이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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