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디자인의 생명은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다

지난달 '왜! K-DESIGN인가?'를 주제로 열린 K-DESIGN 세미나 토론회 패널로 참여한 한 디자이너는 학창시절 핀란드의 노키아 휴대폰에 심취해 매일 노키아 휴대폰을 습작했다고 했다. 그는 이와 같은 행동이 외국 것에 대한 일종의 콤플렉스에서 나왔다고 고백했다. 외국 디자인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한국 디자인에 대한 자격지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디자인을 이끌어갈 젊은 세대는 이 같은 콤플렉스로부터 많이 자유로운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의 경우 자신만의 디자인을 생각하고 표현하는 데 익숙한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가 강하다는 게 그 이유다.  1998~2011년 14년간 세계 휴대전화업계 부동의 1위를 차지했던 휴대폰 왕국 노키아가 최근 세계 최대 소프트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됐다. 향후 세계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디자인 오리지널리티의 지속성 여부에 삼성전자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소비자들의 감성과 직관을 사로잡은 '갤럭시 스타일'을 더욱 견고히 발전시켜 나가는 길만이 성공의 함정에 빠져 '왕국의 성'을 벗어나지 못한 노키아의 전철을 밟지 않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디자이너 개개인이나 기업의 디자인 경쟁력에서 디자인 오리지널리티는 생명과도 같다. 이제는 그 '생명'을 모방이나 도용의 침해로부터 온전히 보호하기 위해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관련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특히 디자인권을 가장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지켜낼 수 있는 디자인 출원 시스템은 좀 더 전략적이고 세밀한 로드맵을 그려나가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특허청이 상표ㆍ디자인 세계 최단기간 내 심사를 골자로 하는 '상표ㆍ디자인 심사 품질제고 추진계획'을 발표한 것은 디자인권 취득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디자인 출원에 수반되는 복잡한 등록절차와 긴 소요시간 등의 불편함 때문에 미처 손쓰지 못한 채 디자인을 도용당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디자인진흥원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148개 디자인 전문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48%가 지식재산권 피해를 겪었다고 밝혔다. 디자인 전문회사가 경쟁 입찰에 제출한 시안을 클라이언트가 디자이너의 사용 허락 없이 무단으로 도용한 사례가 가장 많았다. 피해사례의 대부분이 디자인권 취득 이전의 권리화 되지 않은 디자인이었기 때문에 모방과 분쟁에 손쉽게 대응할 수 없었다.  디자인진흥원은 디자인권 취득 전 발생할 수 있는 지식재산권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허청과 연계하여 쉽고 간편하게 창작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디자인공지증명제도를 신설했다. 디자인공지 신청 및 증명을 위한 시스템인 디자인공지증명제도는 신청서 접수 후 간단한 심사를 거쳐 공지 인증번호가 부여된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그간 출원등록에 소요되었던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절약하고, 아직 권리화 되지 않은 디자인이라도 모방으로부터 법적 대응력을 갖출 수 있게 된 것이다. 법을 잘 모르는 중소기업, 디자이너 및 학생들이 편리하게 이용될 수 있도록 설계된 디자인공지증명제도는 지난 7월 공식 출범한 이후 현재 약 330건의 디자인이 등록돼 우리 디자인계에 긍정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디자인공지증명제도는 디자인진흥원과 특허청 즉, 진흥기관과 정부부처가 칸막이 없는 협업을 통해 이룬 모범적인 사례이기에 더욱 뜻 깊다고 할 수 있다. 디자인에 담겨 있는 사랑, 배려, 감동의 가치들은 그것이 같이 갈 때 그 본래의 빛을 더 발할 수 있다. 정부기관, 산업계, 학계가 디자인이 그 가치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협업과 소통을 통해 디자인 강국의 단초를 함께 풀어가야 할 때이다.이태용 한국디자인진흥원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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