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박민규 기자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3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사는 서울 성북동 자택의 대문은 굳게 닫혀 열리지 않았다. 이날 동양증권 임직원 200여명과 동양그룹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투자자 50여명은 현 회장의 자택 앞에 모여 항의 시위를 벌였다.일부 직원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전날 고객들에게 그룹 회사채 및 CP를 권유해 판매한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동양증권 제주지점 직원이 떠올라서였을 것이다. 이날 시위에 나선 동양증권 임직원들은 모두 해당 직원에 대한 조의를 표하기 위해 검은색 정장에 하얀 마스크를 착용했다.이들은 동양시멘트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철회를 요구하며 현 회장과 부인인 이혜경 부회장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고객 및 직원들에게 공개적으로 사죄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직원 대표가 현 회장 자택의 문을 두드리기도 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동양그룹 주요 계열사의 법정관리로 회사채·CP 투자금을 대부분 날리게 된 투자자들도 마스크를 쓴 채 현 회장 집 앞 길가에 앉아 시위를 벌였다.현 회장과 이 부회장이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이들은 현 회장 자택 담벼락에 '부도덕한 현재현 회장은 물러나라' '투자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라'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라' 등 항의 문구가 적힌 종이를 붙이기도 했다.부실 회사채·CP를 판 당사자들과 이를 산 투자자들이 한마음으로 현 회장을 질책하며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동양증권 제주지점 직원은 이런 유서를 남겼다고 한다. "동양 회장님, 개인 고객들에게 정말 이러실 수는 없는 것 아닌가요. 직원들에게도 이러실 수는 없는 거 아닌가요. 오늘 아침 출근할 때도 믿었습니다. 고객님들께 조금이라도 이자를 더 드리면서 관리하고 싶었고 정말 동양그룹을 믿어서 권유한 겁니다. 정말 동양그룹 믿었는데 이런 일이 생겨서 정말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네요. 하루속히 개인고객 문제를 해결했으면 합니다. 고객님들 (투자금) 전부 상환해주십시요. 끝까지 책임 못 져서 정말 죄송합니다."현 회장은 3일 출입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번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룹 안팎의 반응은 싸늘하다.현 회장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고 진심 어린 사죄를 하는 게 먼저일 것이다.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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