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회담은 평행선을 달리다가 결국 결렬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증세'의 가능성을 언급한 대목은 주목된다. 복지재원 조달을 둘러싼 야당과의 입장 차이를 그나마 조금은 좁힌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은 회담에서 "세출 구조조정과 비과세 축소로 복지 재원을 마련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국민 공감대하에 증세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인세는 높이지 않는다는 것이 소신"이라며 법인세율 인상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법인세율 인상을 포함한 김한길 대표의 '부자감세 원상회복' 요구를 거부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비서실도 박 대통령이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한 것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꼭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니다. 박 대통령이 여야 대표와의 공식 회담에서 증세 없는 복지 확대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증세의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은 의미가 있다. 박 대통령의 그런 입장 변화를 여야 어느 쪽에서든 정치적으로 재단해 범위를 제한하고 확장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박 대통령이 먼저 유연한 태도를 보여줘야겠지만, 야당도 보다 전략적인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우선 소득세 조정은 박 대통령의 '소신'과는 무관하니 과세 최고구간 확대와 최고세율 인상에 대해 여야가 열린 마음으로 논의해야 한다. 법인세의 경우 세율 조정은 좀 더 시간을 두고 논의하고, 당장은 '최저한세율 인상'과 '대기업 특혜성 비과세ㆍ감면 폐지 확대' 등을 통해 실효세율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국내 기업 중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삼성전자만 해도 법인세 실효세율은 11∼12%로 법인세 최고세율 22%의 절반에 불과할 뿐 아니라 과세표준 1000억원 이상 기업에 적용되는 최저한세율 16%에도 미달한다. 박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면, 이런 '비정상'부터 '정상화'해 실질적 증세를 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박근혜정부의 복지공약 실행은 증세 없이는 불가능함이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올해 세수 결함이 8조원에 이를 전망이며 내년 예산도 적자편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회담의 성패를 떠나 여야는 증세에 대한 논의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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