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정기자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빅 루키' 전인지(19ㆍ하이트진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새로운 흥행 아이콘이다.
지난 5월 두산매치플레이 결승전에서 우승자 장하나(21ㆍKT) 이상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가 바로 상대 전인지였다. 신인답지 않게 배짱 두둑한 플레이로 당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톱에 랭크됐다. 한 달 뒤, 그것도 '내셔널타이틀' 한국여자오픈에서 결국 우승컵을 거머쥐어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호기심 가득 찬 골프소녀, 전인지를 충남 태안의 골든베이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 "굶어가며 수학 문제를 풀었다"= 올 시즌 성적은 1승에 '톱 10'이 5차례, 2억9000만원을 벌어 상금랭킹 5위를 달리고 있다. 신인왕 경쟁에서도 김효주(18ㆍ1312점)에 이은 2위(1231점)다. 성공적인 루키 시즌이다. 전인지는 한국여자오픈 우승 당시를 회상하며 "실감이 나질 않았는데 인터뷰 요청이 쏟아지는 등 주위 반응 덕분에 '우승했나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출발은 우연이었다. 어린 시절 가만히 앉아서 노는 걸 싫어했던 전인지는 "시간 날 때마다 아빠와 배드민턴과 야구를 했다"고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티칭 프로인 부친의 친구에게서 골프를 처음 배웠다.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부모님은 아예 골프를 치지 않는다는 게 특이하다. 학교 대표로 수학 경시대회에 나갈 정도로 공부를 잘 했지만 결국 골프를 선택했다.
전인지는 "오전에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6시까지 골프 연습을 한 뒤에 저녁도 못 먹고 곧바로 학원에서 다시 공부를 했다"며 "특히 수학을 잘해 상장이 많다"고 자랑했다. 골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지만 공부에서 손을 떼기가 쉽지 않았다. "중학교 때까지는 문제집을 따로 사서 연습이 끝나면 수학 문제를 풀었다"면서 "하지만 양쪽 모두 잘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아직도 아쉬워했다.
▲ "연습만 했더니 삐끗"=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처음 출전한 마루망 주니어대회에서 첫날 99타, 둘째 날은 83타를 쳤다. "시합장에서 처음 만난 친구들이 첫 대회에서 100개를 안 넘겼으면 잘 했다"고 위로했다. "경기 때마다 베스트 스코어를 치니 소질이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며 "연습을 게을리 했더니 성적이 곤두박질쳤고 중학생이 되면서 연습량을 확 늘릴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국가대표를 지낸 뒤 지난해 프로로 전향했다. "처음에는 잘 치고 싶은 마음에 연습량을 엄청나게 늘렸다"는 전인지는 "어깨 부상을 당하면서 과도한 연습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며 "골프 때문에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았던 시기"라고 돌아봤다. 보다 체계적인 훈련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주 무기는 '컴퓨터 아이언 샷', 실제 아이언 샷의 그린적중률이 당당하게 1위(78.59%), 이를 토대로 평균타수 2위(71.59타)다. 기록상으로도 선배 프로들을 압도하는 지표다. 평균 퍼팅 수가 55위(31.17개)로 다소 낮다는 게 단점이다. 고감도 퍼팅까지 장착되면 무서울 게 없다는 이야기다. 전인지는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 2시간 이상 퍼팅 연습을 한다"고 소개했다.
▲ "새로운 도전이라면 뭐라도"= 성격은 '엉뚱, 발랄'이다. "호기심이 많아서 새로운 경험이면 뭐든지 좋다"고 한다. 유일한 취미(?)는 맛집 탐방이다. "먹는 걸 좋아한다기보다는 새로운 음식을 맛보기 좋아한다"는 10대 소녀다운 취향이 나왔다.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물었더니 '여행'이라고 단박에 말한다. 역시 호기심이 출발점이다. "전 세계 어디든, 배낭 메고 두루 돌아보고 싶다"는 소망이다. 유행어는 단 한 마디도 모른다. 텔레비전을 안 보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 번 TV를 켤까말까 할 정도라 친구들끼리의 대화에도 못 낄 때가 많다"며 "무의미하게 앉아 있거나 가만히 있는 걸 싫어한다"고 했다.
목표는 당장의 우승이나 신인왕보다는 꾸준함이다. "어렸을 때는 20대까지만 하다가 끝나겠지 했는데 투어를 다녀보니 재미있다"는 전인지는 "몸 관리를 잘 해서 선수 생활을 오래 하고 싶다"며 "그래서 지금은 더욱 경기하는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포부를 곁들였다.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