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詩]이소라의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난 너에게 편지를 써/모든 걸 말하겠어/변함없는 마음을 적어주겠어/난 저별에게 다짐했어/내 모든 걸 다 걸겠어/끝도 없는 사랑을 보여주겠어//더 외로워/너를 이렇게 안으면/너를 내 꿈에 안으면/깨워줘/이렇게 그리운 걸/울고 싶은 걸/난 괴로워/네가 나 아니라/다른 사람에게만/웃고/사랑을 말하고/오 그렇게 날/싫어해 날이소라의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내 사랑의 문제는 오랫 동안 늘 그것이었습니다. 나는 너무 사랑하는 것이고 그대는 사랑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이 불균형을 만회하기 위해 나는 더욱 사랑을 벼뤘고 그럴수록 그대는 더 멀리 가버리는 터무니없는 엔딩. 그때 그대에게 필요했던 것은 내 사랑을 증량하여 그대에게 감동을 안기는 일이 아니라,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소통의 실마리같은 것이었음을. 그대를 감동시키려 밤마다 썼던 편지들이 아니라, 밤하늘 별들 하나하나에 아로새긴 빛나는 다짐들이 아니라, 끝도 없는 사랑이 아니라,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그 모습 그대로 그대 앞에 다가서는 것이었음을. 그대를 떠나와, 이토록 멀리 떠나와, 먼지와 함께 낡아가면서 마음 속에 들어있던 그 정처없는 사랑을 꺼내보며, 그대를 생각합니다. 그대가 돌아와 나를 사랑했더라도, 그 편지들 속의 끝도 없는 욕심처럼 사랑이 이뤄졌다 하더라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느낀 이 뜨겁고 애틋한 순정의 화염은 영원히 태울 수 없었을 것이라고. 거리에서 스쳐 지나도 얼굴도 알 수 없을 그대를 지나가면서,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 날들에 대해 깊이 감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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