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재고 털었다, 개성상인의 웃음

롯데마트 '개성공단 우수상품전'…5개기업 선정 할인판매·자금난 숨통

[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드디어 숨통이 트였다."개성공단 우수상품 특별기획전이 열린 29일 오후 4시 롯데마트 잠실점 서문 앞. 서한섬유 허영철 차장은 "지난달 물자를 가져온 후 재고 처리가 문제였는데 판로가 뚫려 자금 사정이 나아질 것 같다"며 이 같이 말했다. 제품을 정리하는 손은 분주히 움직였다.개성공단 사태 후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쓰던 제품들이 오랜만에 빛을 봤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롯데마트가 연계해 입주기업 5개사를 선정 내달 8일까지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자금난을 겪던 입주기업들이 단비를 맞았다. 기획전이 열리는 매장은 잠실점을 비롯 중계점, 의왕점, 구리점, 안산점이다.

29일 개성공단 우수상품 특별기획전이 열린 서울 롯데마트 잠실점에서 소비자들이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행사기간동안 서한섬유가 준비한 제품은 브랜드 로고가 그대로 박힌 양말 40만 켤레. 시중에선 한 켤레에 4000~5000원에 판매되는 제품이지만 행사기간 만큼은 10켤레에 단돈 1만원이었다.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 덕분인지 매대 앞은 한 움큼씩 양말을 쥐고 있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학생 김영찬 씨는 "길거리에서 파는 상표 없는 양말도 1000원이 넘는데 이 정도면 착한 가격"이라고 말했다.침구류를 생산하는 '평안', 발광다이오드(LED) 등기구를 생산하는 '디에스이', 신발 전문업체 '한스산업', 여성의류 기업 '만선'도 시중가 보다 최대 40% 가까이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끌어 모으고 있었다.

29일 개성공단 우수상품 특별기획전이 열린 서울 롯데마트 잠실점에서 소비자들이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만선 매대에서 만난 인근 주민 홍영숙 씨는 "매장에서 5만원까지도 갈 제품인데..."라며 추동 바지를 이리저리 살폈다. 제품 뒤편 가격표엔 1만5000원이라고 쓰여 있었다. 판매직원은 "가격이 싸다보니 주부들이 한번에 2~3개 씩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후4시30분 계산대에 찍힌 판매수를 확인해보니 약 150회를 나타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오후 2시간 가량 장사한 것 치곤 괜찮은 성적"이라며 "오전엔 비가 내려 거의 장사가 안됐는데 오후에 비가 그치자 손님이 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입주기업들의 표정도 점차 밝아졌다는 게 매장 직원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매대에 사람들이 하나둘 몰리자 어둡던 표정이 서서히 밝아졌다"며 "어느 정도 운영되는걸 보고 다른 매장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발걸음을 급히 옮겼다"라고 말했다. 잠실점 동반성장전략팀 관계자는 "다른 입주기업들에게도 혜택을 주기 위해 추석 후 대규모로 개성공단 우수상품 2차 특별기획전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허 차장은 "이번 일을 시작으로 해외 바이어들로부터도 제품 생산 문의를 받을 수 있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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