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이미 형이 확정돼 교도소에서 지내는 사람(기결수형자)에게도 재판이나 수사가 계속 중이면서 구치소·교도소에 수감된 사람(미결수용자)과 동일하게 변호사의 접견교통권(면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천주교 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미결수용자와 기결수형자의 변호인 접견교통권을 차별하는 것이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냈다고 8일 밝혔다. 앞서 법무부는 2009년 4월 산하 교도소·구치소에 ‘기결수형자에 대한 변호인 접견 관련 업무 기준’을 내려보냈다. 인권위가 법무부에 정보공개 청구한 바에 따르면, 해당 기준은 기결수형자가 징벌 등 행정처분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거나, 국가를 상대로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한 경우, 형사 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한 경우 변호인 접견교통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기결수형자가 추가 형사 사건으로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는 경우에는 변호인 접견교통권을 인정하고 있다.형의집행및수용자처우에관한법률은 미결수용자의 경우 변호인과 시간이나 횟수 제한 없이 면회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이때 교도관은 참여는 물론 그 내용을 듣거나 녹음할 수 없고, 수용자가 변호인과 주고받는 서신을 검열할 수도 없다. 이와 달리 기결수형자는 제한시간 10분 동안 칸막이가 설치된 공간에서 진행되는 일반 접견만 가능하다. 인권위는 기결수형자가 이미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에 대해서는 더 이상 변호인의 조력이 필요치 않더라도, 교도소 내 부당 처우에 대한 국가배상 청구 등 다른 법적 논쟁을 벌이려면 변호인의 도움이 필요하고 이를 제약하면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과 함께 서류 검토조차 할 수 없어 소송 준비를 충분하게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독일의 경우 행형법을 통해 수형자와 변호사의 접견을 제한없이 허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헌법재판소는 2004년 기결수형자와 미결수용자에 대한 차별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소송을 빙자해 변호사 접견권을 행사하는 수용자를 제재할 수 없게 돼 수형자의 접견 횟수를 제한한 규정 취지가 사라지고 수용질서의 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권위는 지난 결정 이후 10년 이상 지난데다, 수형자 또한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로부터 예외가 될 수 없다며 헌재가 전향적인 결정을 내리길 기대했다. 이 소송은 故유현석 인권변호사의 뜻을 기리고자 출연된 천주교인권위원회 유현석공익소송기금의 지원으로 진행된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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