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금준 기자]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슬픈 눈빛,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나지막한 목소리의 소유자. 그리고 그를 바라보며 저리는 가슴을 움켜쥐어야 했던 한 여자. 바로 그간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던 '상어'의 주역, 김남길과 손예진이 그 주인공이다.30일 방송한 KBS2 월화드라마 '상어'(극본 김지우, 연출 박찬홍 차영훈) 마지막 회에서는 서로를 원하고 그리워하고 있지만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고 마는 이수(김남길 분)와 해우(손예진 분)의 안타까운 모습이 그려졌다.입을 맞추면서도 상처를 두려워해 해우를 모질게 밀어냈던 이수. 그리고 그런 이수를 사랑하면서도 자신만을 바라보는 남편 오준영(하석진 분)이 가슴에 걸리는 해우. 두 사람은 엉킨 인연의 실타래는 결국 풀리지 못했다.해우를 향해 '오늘이 아니면 할 수 없다'는 한 마디를 남기고자 했던 이수는 결국 총에 맞아 차가운 공원 바닥에 몸을 뉘어야 했다. 뒤늦게 약속 장소에 도착한 해우 역시 피투성이가 된 이수에게 끝내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지 못했다.이처럼 해우와 이수는 서로를 원하고 그리워했지만 가까이 할 수 없는 모습으로 안방극장에 안타까움을 더했다. 정신을 잃은 채 해우에게서 점점 멀어져가는 이수, 그리고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해우는 보는 이들의 눈가를 적시기 충분했다.특히 손예진과 김남길은 이러한 해우와 이수의 역설적인 관계를 긴장감 있게 그려내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매회 브라운관을 가득 채우는 이들의 '명품 연기'는 '상어' 본방사수의 이유였다.김남길은 해우를 보고 흔들리다가도,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떠올리며 순식간에 냉정한 면모를 되찾는 한이수에 완벽하게 빙의했다. 그는 외줄을 타는 듯 불안한 한이수 캐릭터를 능숙하게 소화해 내며 호평을 이끌어냈다.'상어' 방송 전 일각에서는 그를 향해 불안한 눈길을 보냈던 것도 사실. 하지만 적어도 브라운관 속 김남길은 바로 한이수 그 자체였다. 김남길에게 있어 3년의 공백기는 불안요소가 아닌 연기 혼을 불태우게 만드는 훌륭한 연료였던 셈이다.손예진의 안정적인 연기력 또한 '상어'의 감상 포인트였다. 갈등 속에서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해우는 손예진의 감성적인 표현력과 어우러져 시청자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만이 할 수 있는 연기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았다.'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김남길과 손예진의 열연에 힘입어 '상어'는 날이 갈수록 흥미를 더했다. 두 사람은 마지막회까지 시청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며 '상어'의 구세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부레가 없어 죽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상어. 손예진과 김남길의 쉼 없는 열연은 마치 '바다의 최강자' 상어와 닮아 있었다. 비록 '상어'는 막을 내렸지만 두 사람이 남긴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을 듯 하다.이금준 기자 music@<ⓒ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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