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여야의 잠정 합의에 따라 내년 6월 지방선거부터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가 폐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최종 관문인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와 실제 제도도입을 위해서는 3대 장벽을 넘어야 한다. ◆반발=우선 여야 모두 내부적으로 무(無)공천에 대한 반대여론이 여전하다. 기초단체장에 대한 공천권은 지금까지 지역구의 현역 의원들의 특권중 하나였다. 공천을 둘러싼 부작용이 계속돼 왔지만 정당의 책임정치 실종, 금권정치부활, 여성,신인, 장애인 등의 정치권 진입을 막는다는 반대론이 비등하다. 여성계와 장애인, 정치신인을 위한 보완책은 여야 모두 마련 중이나 현역의원의 반발을 무마시킬 카드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정우택 최고위원의 발언은 새누리당은 물론 정치권의 복잡한 심경을 대변한다. 그는 "정당공천제의 문제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폐지되었을 때 후유증도 고려하는 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당공천제 폐지에 따른 문제점(후보난립, 현역프리미엄, 위헌논란)을 제기했다. 그는 "정당이 좋은 후보를 검증해 선거에 임하고 기강정치를 안착시키는 본연의 정치기능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 아닌지, 우리 정치권이 지금 과도한 실적주의 탓에 정당공천제 폐지를 지나치게 빠르게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심도 있게 재검토해야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만약 새누리당이 기초선거 정당공천을 유지할 경우 민주당이 단독으로라도 무공천을 할지, 아니면 여야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공천제도를 유지할지 여부는 현재로서는 명확하지 않다. 새누리당은 올 4월과 10월 재보선은 선거지역구가 소수여서 기초선거에서 무공천을 했지만 민주당은 공천제를 유지키로 했다.◆법개정=내년 6월 지방선거부터 기초선거의 무공천을 적용하려면 여야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연말까지 100일간의 9월 정기국회 안에 통과시켜야 한다. 내년의 경우 기초선거 대상은 기초단체장 225명, 기초의원 2888명이며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정당에서 후보를 내지 못하고 모두 무소속으로 출마하며 기호도 추첨에 의해 결정된다. 현재 국회에는 여야 의원들이 각각 발의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6건이 제출돼 있다. 개정안의 내용은 대체로 무공천 폐지를 골자로 하지만 세부 내용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새누리당 유승우 의원은 기초의회 선거구제를 소선거구제 전환하고 여성할당제 단서조항을 신설하도록 했다. 새누리당 신의진의원은 비례대표 30% 상향조정 및 여성할당을, 민주당 황주홍 의원은 여성명부제 도입(30%)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무공천에 대한 보완책을 두고 여야간에 입장조율에 따라 개정안 심의과정에서 격론이 예상된다. ◆위헌=앞서 2개보다 더 큰 벽은 위헌소지다. 대한민국 헌법 제8조 1항은 복수정당제와 정당민주주의를 보장하고 있다. 여야가 제출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기초의회 및 단체장 선거에서 정당의 참여를 금지하고 있기에 헌법 제8조 1항과 상충된다는 게 정치학회와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도 위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전적 삼권분립이론은 중앙정부 내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간, 지방정부 내 집행기관과 의회 간, 그리고 중앙정부 대 지방정부 간의 견제와 균형을 기본원리로 하고 있다. 그 견제와 균형의 중심에 정당이 있다. 기초정부 내 정당참여의 금지는 권력분립의 정신과 상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평등의 원칙 측면에서도 볼 때도 여타 다른 선거에서 허용되는 정당공천제를 유독 지방선거(기초자치단체)에서만 배제하자는 것은 평등성의 원리도 위반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회 정치쇄신특위 김진표 위원장(민주당)이 이달 초 선거학회,정치학회,변협 등 3개 기관에 위헌성 여부를 물은 결과, 정치학회는 "한국정치과정을 전공 분야로 연구하는 정치학자 다수는 정당공천제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면서 "이미 헌법재판소가 수차례 결정한 바와 같이, 지방선거에서만 정당공천을 배제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배되고, 정당공천과 비리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객관적으로 검증된 바 없다"고 밝혔다. 변협은 "정당공천제 자체의 금지는 입법재량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보아 이를 금지하는 법률을 만들더라도 위헌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변협은 "그러나 후보자의 정당표시행위까지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미 헌법재판소는 그와 같은 판시를 한 바 있고 이론상으로도 후보자의 지지(소속)정당 표시행위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하는 행위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초선거를 다른 선거와 구별할 합리적 이유가 없으며, 이를 허용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제도의 한 부분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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