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60주년...아직은 끝나지 않은 전쟁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정전(停戰). 60년전 남북은 전쟁을 잠시 멈추자고 합의했다. 이 협정으로 전쟁의 총성은 멈췄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서로의 가슴속 아픔은 깊어지어지고 있다. 오는 27일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아 남북이 풀어야할 숙제를 짚어봤다.  먼저 귀환하지 못한 국군포로문제를 더 늦기전에 끝내야 한다. 여기에 가족과 생이별한 이산가족, 전쟁의 광풍에 무참히 학살당한 민간인, 남북대결 속 억울하게 간첩으로 몰린 사람들의 고통도 끝내야 한다.  6ㆍ25 전쟁 이후 유엔군과 공산군은 전쟁포로를 상호 교환했다. 당시 유엔군은 국군 실종자 수를 8만2000명으로 추정했지만 공산군이 최종 인도한 국군포로는 8343명에 불과해 상당수가 북한에 강제 억류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994년 조창호 소위의 귀환 이후 2012년 12월 말까지 북한을 탈출해 한국으로 돌아온 국군포로는 80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모두 가족 등의 도움을 받아 모두 자력으로 탈북했다. 이때문에 국내의 국군포로 가족들은 북한도 문제지만 한국 정부가 국군포로 문제 해결에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방부는 귀환한 국군포로와 탈북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현재 약 500여 명의 국군포로가 북한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국군포로 문제는 이미 정전협정에 따른 포로교환으로 종료됐다며 강제 억류 중인 국군포로는 한 명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군포로 송환운동을 벌이는 북한인권단체 ㈔물망초의 박선영 이사장은 "국방부는 미국과 같은 국군포로 전담기구를 만들고 대통령 직속으로 국군포로 송환 추진위원회를 설치해 국군포로의 생사 확인과 유해발굴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깊어지는 남북간의 이질감도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정전 60년이 지난 지금은 남북 모두 마음에 벽이 생겼다. 6ㆍ25 전쟁 이후 남과 북의 접촉은 주로 정치와 경제 분야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1971년 8월 남북적십자회담 준비를 위한 파견원 접촉으로 시작된 남북 당국 대화는 지금까지 607차례 이뤄졌다. 이들 회담을 주제별로 나눴을 때 정치는 249건, 경제는 106건이었으나 사회문화는 54건밖에 안 됐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이후 사회문화를 주제로 열린 당국 대화는 1건에 불과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학에서 북한학과가 자취를 감춘 것은 북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그만큼 줄었다는 것을 반영한다"며 "통일에 대비해 북한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볼 때 우려할만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도 끝내야 한다. 정전은 했지만 끝없는 전쟁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1950년대부터 지난해까지 북한의 침투 도발은 1959건, 국지도발은 994건에 이른다. 6ㆍ25 전쟁이 발발한 1950년부터 62년간 침투 및 국지도발이 평균 매년 47건 발생한 셈이다. 이는 한반도에서의 전쟁 트라우마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7월27일부터 1994년 4월 말까지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건수는 무려 42만5271건에 달했다. 1994년 4월 말 이후부터는 유엔사령부가 별도로 위반 사례를 집계하지 않아 더 이상의 자료는 없는 상태다. 제1연평해전(1999년), 제2연평해전(2002년), 대청해전(2009년) 등 실제 남북간해상 교전이 있었고,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에 이어 연평도 포격도발까지 일어났다.
정전 60년이지만 한반도 평화는 여전히 갈길이 멀다. 남북은 2000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대결의 남북관계를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2007년에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에서 10ㆍ4선언에 합의하고 남북간 군사논의와 더불어 정전체제를 종전체제와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까지 의견을 모았다. 이렇게 한반도 평화 논의는 이어졌지만 한반도에서 대결은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상호 간의 불신에서 비롯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동북아시아 다자 안보협력구상이 새로운 평화논의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한반도평화 위해서는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미동맹이 '군사동맹'에 치우쳐 한국의 자주적 방위력 확충에 부정적인 요소가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한국의 발전에 기여한 바가 결코 적지 않다. 앞으로 한미동맹은 중국의 부상이라는 새로운 변수도 고려해야한다.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이 중국 포위전략으로도 인식되는 상황 속에서 우리 정부가 한미동맹만을 강조할 경우 중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수 있다. 그렇다고 중국 변수로 우리 대외관계의 핵심축인 한미동맹이 약화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이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취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과 중국과의 관계를 조화롭게 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냉전적 대결구도로는 막막하며 한미동맹이 지역의 평화, 협력을 촉진할 수 있도록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북한의 정전협정 무력화 기도를 차단해야한다. 북한의 정전협정 무력화 기도는 1990년대부터 더욱 노골화됐다. 1991년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로 당시 한국군 황원탁 소장이 임명되자 북한은 이에 반발, 정전협정에 관한 사항의 관리임무를 맡은 군사정전위원회를 인정하지 않고 대신 개성에 '인민군 판문점대표부'를 설치했다.하지만 지난 3월 5일에는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정전협정을 백지화하고 판문점대표부 활동을 전면 중지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양낙규 기자 if@<ⓒ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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