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대법원은 18일 국민의 관심사인 '키코 소송 사건'에 대한 변론을 텔레비전으로 생중계했다.
‘키코(KIKO) 사태’ 발생 5년, 이와 관련 270여건의 소송이 제기된 이후 각 사건마다 판결의 승패가 엇갈리면서 명확한 결론을 얻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과 기업 사이에 벌어진 법정공방이 텔레비전을 통해 생중계됐다. 대법원은 18일 오후 2시 양승태 대법원장 및 대법관 12인이 참석한 가운데 '키코 사건' 소송 3건에 대해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열었다. 키코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출 중소기업들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던 파생금융상품이다. 키코는 환율이 약정한 일정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기업이 미리 약정한 환율로 달러를 팔아 이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환율이 약정범위를 넘어 급등하게 되면 비싼 값에 달러를 사서 은행에 싸게 팔아야 해 큰 손실을 입게 된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때 900원 후반대이던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키코에 가입한 기업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2012년 금융감독원이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키코사건’으로 폐업, 부도, 법정관리, 워크아웃 등 부실화된 기업이 110개에 달한다. 피해액수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는 현재까지 없으며 금융감동원은 당시 기업들이 약 3500억여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키코 관련 소송은 현재 1심 167건, 2심 68건, 대법원 41건 등 270여건이 진행 중이다.이번에 공개된 소송의 원고는 수산중공업·모나미·세신정밀 등 3개 중소중견기업이며 피고는 우리·씨티·신한·SC제일 등 4개 은행이다. 수산중공업은 1심과 2심에서 각각 패소했고, 세신정밀은 일부 승소했다. 모나미는 1심에서 패소했으나 2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주요 쟁점은 기업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 키코상품을 과연 적법한 상품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와 은행이 상품계약시 기업에게 설명의무를 다 했는지다. 이날 기업 측 변호인은 은행법을 언급하며 변론을 시작했다. 은행법에 다르면 은행은 영리뿐 아니라 공적의무를 수행해야할 의무가 있는데 은행은 독점적 정보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는 주장이다. 기업 측은 또 “제조사들은 잘못 만든 제품에 대한 책임을 지는데 은행은 합리적 근거가 없는 상품을 팔아놓고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 측은 또 은행의 불완전판매로 인해 기업들이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기업 측은 키코는 풋 옵션과 콜 옵션의 교환인데, 교환하는 대가에 차이가 나는 것을 은행이 기업에게 알려주지 않아 기업이 손실에 대한 예측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를 계약의 '마이너스 시장가치'라고 하며 미국에서는 이를 알리지 않은 데 대해 은행에 책임을 묻는 판례가 있다고 설명했다이에 반해 은행 측은 “기업들은 은행이 막대한 이익을 봤다고 주장하지만 수수료 이외 별도의 이익을 얻지 않았다”며 “키코계약으로 입은 기업의 손실은 은행이 얻은 마진 때문이 아니라 환율이 예상을 초과해 급등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은행 측은 또 “기업들은 상품의 구조를 다 알고도 투기목적으로 계약을 했다”며 “기업들이 키코계약체결로 ‘내재된 위험성, 예측불가능한 위험성’을 갖게 됐다고 주장하지만 막상 그 위험성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업과 은행의 설전은 2시간 넘게 이어졌다. 대법원은 이번 소송에 대한 판결이 1·2심 진행 중인 사건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대법관 전원의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판결 기일을 잡기로 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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