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에르 뮌헨(왼쪽)과 브라질 A대표팀[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한국이 앞으로 가야할 길이 나온 경기였다."(홍명보 대표팀 감독)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에서 열린 2013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전이다. 브라질은 스페인을 3-0으로 꺾었다. 약 두 달여전 예고편도 있었다. 2012-1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이다. 바이에른 뮌헨은 바르셀로나를 맞아 1·2차전 합계 7-0의 완승을 거뒀다. 스페인 대표팀과 바르셀로나 축구의 기치는 점유율 축구였다. 짧고 세밀한 패스를 통해 볼 소유권을 높여가며 우위를 점했다. '공을 오래 가진 만큼 수세에 몰리는 시간을 줄인다'라는 간단한 명제를 관통했다. 그 결과 이들은 2000년대 말부터 2010년대 초까지 세계 축구계를 지배했다. 스페인은 메이저대회 3연패를 일궜고 바르셀로나는 두 차례 우승을 포함 6년 연속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했다. 스페인 축구는 세계 축구의 교과서로 불리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 고개를 숙였다. 그것도 두 번이나. 뮌헨과 브라질의 완승은 16세기 영국함대의 스페인 '무적함대' 격침에 비견할만한 상징적 승리다. 엄청난 규모와 막강한 화력을 자랑했던 무적함대. 영국함대는 기동력과 사정거리로 맞서 칼레 앞바다에서 승리했고, 이후 유럽 해상 주도권은 뒤바뀌었다. 결승전 패배 후 델 보스케 스페인 감독은 "하나의 경기였을 뿐"이라고 했지만, 600년 전 칼레 해전도 하나의 전투였을 뿐이다. 그리고 이후 더 이상 '무적함대'는 무적이 아니었다. 스페인 축구도 비슷하게 무너졌다. 브라질과 뮌헨의 공통점은 엄청난 수준의 전방위적 압박과, 볼을 탈취한 직후부터 시작되는 빠른 역습에 있었다. 예컨데 뮌헨은 슈바인슈타이거와 마르티네즈가 공을 뺏어낸 그 순간, 로번-리베리-뮐러-고메즈(만주키치)의 고속 역습이 시작된다. 브라질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구스타보-파울리뉴의 압박이 성공함과 동시에 네이마르-프레드-오스카-헐크가 질풍처럼 상대 진영으로 밀고 올라간다. 스페인은 상대의 필살 전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수세에 몰리는 시간은 여전히 많지 않았으나, 결정타를 맞는 횟수가 늘었다.
홍명보 신임 A대표팀 감독 [사진=정재훈 기자]
뮌헨과 브라질의 승리 그 사이, 공교롭게도 홍명보 대표팀 신임 감독은 '한국형 축구'를 선언했다. 이전 대표팀 사령탑을 포함해 최근 대다수 국내 지도자들이 스페인 패스축구를 주창했던 것과 다른 태도였다. 오히려 실정에 맞지 않는 이상이 현실을 뒤엉키게 했단 의견이었다. 그는 "좀 더 콤팩트한 축구에, 한국 선수 특유의 근면성, 성실성, 희생정신을 갖고 좋은 전술을 만들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 선수들은 공을 굉장히 잘 뺏는 동시에 반대로 잘 뺏긴다"며 "우리는 그 사이 시간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비춰 볼 때 한국형 축구의 요체는 강한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 강력한 역습 등으로 간추려진다. 뮌헨과 브라질이 보여준 축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에게 뮌헨의 승리가 영감을 던졌다면 브라질의 승리는 확신을 줬다. 홍 감독은 1일 "브라질이 예전에는 개인 성향이 강했지만 오늘 경기에선 적극적 압박과 공간 활용으로 스페인을 무너뜨렸다"며 "한국이 앞으로 가야할 길이 나온 경기였다"라고 평했다. 이어 "이런 축구에 속도를 가미한 게 한국형 축구"라고 재정의했다. "요즘은 볼점유율 때문에 스피드가 많이 줄었다. 역습에서 얼마나 효율적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라고 밝힌 홍 감독은 "볼 점유율은 늘리면서 최대한 빠른 공격 전개와 스피드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월드컵에서의 경기 스타일은 어느 정도 정해졌고, 그 안에서 세밀한 부분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성호 기자 spree8@<ⓒ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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