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정치' 문재인, 박근혜 ·안철수 견제구 ...왜?

[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18대 대선 출마 선언 1주년을 하루 앞둔 16일 산행에 나서며 공식 정치 행보를 재개했다. 문 의원은 이날 이른바 '마크맨'인 대선 당시 자신을 취재한 기자들과 서울 북한산 둘레길을 등산한 뒤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산행에는 문 의원의 마크맨 40여명은 물론 대선 캠프 핵심관계자들이 참여해 북새통을 이뤘다.그동안 트위터를 통해 정치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혀온 문 의원은 이날 작심한듯 박근혜 대통령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아울러 정치 현안인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부터 남북 당국회담 무산, 당내 개혁안까지 거침없이 자신의 견해을 밝혔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과 차기 야권 맹주를 두고 경쟁을 시작한 가운데 자신의 존재감 부각을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문 의원은 먼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검찰 수사로 국정원의 대선 정치 개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과 관련해 문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문 의원은 "솔직히 분노가 치민다. 국가정보기관이 특정 후보의 당선을 막아야한다는 분명한 문제의식을 갖고 선거를 좌지우지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냐"면서 "그런 일각이 드러났는데도 경찰이 수집한 증거자료까지 파기해 왜곡된 발표를 한 것은 파렴치한 행위였다"고 지적했다.이어 검찰의 수사에 대해 "더 분노가 치미는 것은 제대로 진실을 규명하고 엄정하게 처리해 국가정보기관이나 경찰을 바로 세우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아직도 정권 차원에서 비호하는 행태들이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그러면서도 문 의원은 "이제와서 박 대통령에게 선거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없고, 그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박 대통령이 제대로 수사하게 하고 엄정하게 처리하고, 그걸로 국정원과 경찰이 바로 서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어준다면 그것으로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문 의원은 박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갖지 않은 데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늘 소통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면서 "잘못이 있어도 어떻게 솔직하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한데 이게 답답해서 회견을 피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수석 대표의 '급' 문제로 남북 당국 회담이 무산된 것에 대해서는 따금한 훈수를 뒀다. 문 의원은 "남북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급이 서로 안 맞을 것"이라며 "결국 어느 한쪽이 양보하는 수 밖에 없고, 지혜를 발휘해서 실무회담에서 논의하거나 특사 회담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문 의원은 독자세력화를 선언한 안철수 의원을 향해 직격탄을 던졌다. 정치적 지향점으로 '진보적 자유주의'를 내세운 안 의원에 대해 "기존 야권의 이념과 일맥상통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어 "진보적 자유주의는 독점할 수 없다"며 "이미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도 굳이 범주화한다면 진보적 자유주의의 입장에 있었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자유와 표현의 자유 등 개인의 영역에 국가 최대한 간섭하지 않기를 바라는게 자유주의적 입장이고, 복지나 경제민주화는 국가가 개입해 작용하는 것이 진보적 입장"이라고 설명하면서 "그런 표현은 유시민 전 장관 등 많은 분들이 써왔다"고 설명했다. 민감한 당내 현안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김한길 대표가 '당원 중심주의'를 내세우며 당 혁신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국민 참여를 배제한 당원 중심주의는 일반 유권자의 의사와 동떨어질 위험이 있어 옳은 방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지난 대선을 주도한 친노(친노무현) 세력의 공식 활동 재개에 대해 "계파로서의 친노라는 건 존재하지 않고 친노라고 할 만한 정치세력이 있다"면서 "(친노가) 개혁적인 역할을 해 나가야 한다"며 힘을 실어줬다.이날 산행은 문 의원의 대선 출마 1주년을 앞두고 마크맨과 모인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관심을 끌었다. 출발지로 서울 수유리 4·19 묘지탑를 택하자, 문 의원이 야권 정통성 선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당초 문 의원은 대선 패배 자숙 기간을 가진 뒤 오는 9월께 자신의 자택인 경남 양산에서 기자들과 모임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맨과 모임이 3개월 앞당겨진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안 의원이 4·24 보궐선거로 정치무대에 복귀하면서 문 의원의 정치 행보도 빨라진 것이라는 관측이 분분하다. 이에 문 의원은 "그동안 대선 이후 감사인사 드리는 일에도 당 안팎으로 예민하게 반응하고 당내 논란이 됐고 이를 피하다보니 늦어졌다"고 말했다.김승미 기자 askm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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