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지오, 저가·보급형 TV 앞세워 치고 올라와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LG전자가 세계 최대 프리미엄 TV 시장인 북미에서 올해 2위 자리를 미국 비지오에 내준 것으로 나타났다. '반값 TV' 등 저가 마케팅을 앞세운 현지 후발 업체의 도전에 한국 TV의 아성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14일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LG전자의 올 1·4분기 북미 평판 TV 시장점유율(금액 기준)은 12.1%로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4.3%에서 2.2%포인트 하락하며 순위가 한단계 떨어진 것이다.LG전자의 자리를 뺏은 것은 일본 소니나 파나소닉·샤프가 아닌 미국 TV업체 비지오다.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비지오는 1분기 시장점유율이 지난해보다 6.0%포인트나 오른 17.1%를 기록하며 LG전자와 자리를 바꿨다.삼성전자는 1분기 북미 시장점유율이 30.3%로 지난해 30.6%에서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큰 차이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삼성의 경우 최근 북미 시장에서 프리미엄 마케팅 및 현지 가전 유통망과의 제휴 등으로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다.비지오는 소셜커머스 등을 활용한 대대적 저가 마케팅으로 북미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선두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2002년 설립된 신흥 업체인 비지오는 기존 TV 제조업체들과 차별화된 전략을 쓰고 있다. 생산공장과 선도 기술 및 유통망이 없는 이른바 '3무(無)' 전략이다. 본사는 기획과 마케팅 등 핵심 업무만 담당하고 나머지는 모두 외주(아웃소싱)를 주는 것이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은 LG디스플레이와 대만 AUO에서,TV 부품은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에서 조달한다. 생산은 대만 암트란과 중국 TPV 등이 맡고 있다. 이 때문에 본사 임직원 수는 채 200명이 안된다.품질 면에서도 프리미엄 제품이 아닌 보급형 제품으로 승부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해 경쟁사들보다 크게 저렴한 가격에 TV를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힘입어 비지오의 매출은 2003년 1700만달러에서 2009년 25억달러로 6년 새 150배 가까이 급증했다. 비지오의 70형(인치) 발광다이오드(LED) TV 가격은 1599달러(약 180만원)에 불과하다. 삼성전자가 나름 보급형으로 내놓은 75형 LED TV 가격이 1000만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5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다. 다만 비지오 제품은 일반 고화질(HD)이고 삼성전자 제품은 이보다 해상도가 2배 가량 높은 FHD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떨어지지만 기본 기능은 다 갖춘 저렴한 TV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가전업계 관계자는 "비지오는 혁신적인 사업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회사"라며 "삼성과 LG는 프리미엄 제품에 주력하고 있어 비지오가 직접적인 경쟁 상대는 아니지만 TV 시장에서 입지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위치에 올랐다"고 말했다.박민규 기자 yushi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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