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미국 은행들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맡겨둔 1조달러에 육박하는 자금이 새로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춘이 12일(현지시간) 소개했다. 과거에도 미국 은행들은 FRB에 돈을 맡겼지만, 그 규모는 250억달러를 채 넘기지 못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수조달러를 운영하는 미국 은행들의 규모를 생각하면 극히 적은 부분이다. 하지만 경제위기가 터진 이후 시중은행 지원 등의 이유로 은행들이 FRB에 맡긴 돈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FRB에 예치된 은행들의 예금은 9985억달러에 이르렀으며, 4월에는 사상 최초로 1조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포춘은 미국의 경제 상황이 개선됨에 따라 FRB의 양적완화 축소 및 3조1000억달러 달하는 FRB의 채권 포트폴리오에 관한 논의들이 나오고 있지만, 1조달러 규모의 은행 예금의 경우에는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FRB가 은행들의 예치금에 대해 이자를 지급한 것은 양적완화에 대한 불태화 성격을 띄고 있다. FRB가 채권을 사들이며 시중에 푼 돈을, 은행들이 FRB에 돈을 맡기도록 유도해 인플레이션을 막는다는 것이다. 과거 FRB이사를 맡았던 로렌스 메이어는 이 때문에 FRB는 인플레이션을 촉발하지도 않으며, 경제를 부양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메이어는 FRB에서는 늘어가는 은행들의 예금에 대한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FRB가 양적완화 축소에 나서더라도 채권시장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채권을 만기에 가깝도록 오래 보유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 경우 시중에 풀려 있는 유동성을 흡수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등을 우려하는 FRB로서는 은행들이 FRB에 맡긴 돈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금리를 높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FRB는 은행들에 맡겨둔 돈에 대해 0.25%의 금리를 지급하고 있다. 이는 1조달러의 예금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연간 25억달러에 이르는 셈인데, 금리가 상승할 경우 FRB의 부담은 더욱 커지는 것이다. FRB로서는 금리인상 결정을 할 때 고려해야 할 변수가 더 늘어나게 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은행들이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바탕으로 FRB에 대한 예금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로서는 위험을 안은 채 대출을 하거나, 채권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FRB로부터 안전하게 이자 수익을 챙기려 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FRB가 은행들이 맡긴 돈에 이자를 지급하는 것을 두고서 은밀하게 구제금융을 지급해준다고 말하기도 한다. 나주석 기자 gongga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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