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의 X-파일]구로다, 25세처럼 던지는 38세 베테랑③

구로다 히로키[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②편 에 이어 계속구로다 히로키의 줄어든 땅볼은 라인드라이브 타구 비율(LD%)의 감소로 연결됐다. 지난해 18.2%였던 수치는 올해 17.6%로 낮아졌다. 반면 팝아웃 플라이볼 비율은 20.1%에서 24%로 증가했다. 이렇다보니 지난해보다 플라이볼 타구가 5.6% 많아졌음에도 플라이볼당 홈런 비율(HR/FB)은 13.0%에서 6.9%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기량 상승이 돋보이는 지표는 하나 더 있다. 공의 위력을 나타내는 헛스윙 확률이다. 지난 시즌 9.6%보다 높은 10.2%를 기록하고 있다. 구속이 감소했단 점을 감안할 때 공은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움직임이 더욱 날카로워졌다고 할 수 있다. 정교해진 커맨드는 말할 나위 없다. 구로다는 지난해 14개의 홈런을 직구(포심 패스트볼, 싱커)를 던지다 맞았다. 슬라이더를 통타당한 건 10개. 올 시즌 색깔은 조금 달라졌다. 홈런(5개)으로 연결된 구종의 4개는 싱커, 1개는 슬라이더다. 직구 구속이 줄면 아무리 공 끝 움직임이 지저분한 싱커도 게스히팅에 걸려들 확률이 높아진다. 구로다는 약점을 투 스트라이크 이후 결정구로 최소화하고 있다. 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스플리터의 구사비율을 늘리며 돌파구를 찾는 모양새다.지난 시즌 구로다는 왼손 타자를 잡는 데 주력했다. 이 때문인지 오른손타자에게 적잖은 안타를 맞았다. 피안타율은 0.244, 피OPS는 0.665였다. 올 시즌은 다르다. 투수에게 유리한 볼 카운트 혹은 투 스트라이크 이후 승부에서 포심패스트볼, 스플리터, 슬라이더 등을 다채롭게 구사해 오른손타자를 제압하고 있다. 피안타율과 피OPS는 각각 0.162와 0.411이다. 구종별 피안타율은 포심패스트볼 0.176, 슬라이더 0.167, 스플리터 0.194다.이 같은 성적 향상은 달인의 경지에 오른 커맨드에서 비롯된다. 구로다는 올해 실투라고 할 수 있는 스트라이크존 가운데(가운데 높은, 한가운데, 가운데 낮은) 코스에 14.3%만을 던졌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선발투수 가운데 가장 낮았던 19.3%의 수치를 더 떨어뜨렸다. 지난해 빅리그 평균은 23.6%였다. 결국 구로다는 왼, 오른손 타자 관계없이 실투를 거의 던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가운데로 들어간 공이 전체투구의 7.1%였던 싱커는 올해 4.9%에 불과하다.

구로다 히로키[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올해 구로다는 왼손타자를 상대로 28%의 공을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던졌다. 바깥쪽 존에서 공 1~2개가 벗어난 공은 25.5%였다.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는 고른 공략을 선보였다.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21.8%, 바깥쪽에서 살짝 빠진 쪽에 27.6%를 던졌는데 몸 쪽 스트라이크 존과 몸 쪽에서 살짝 빠지는 쪽에도 각각 17.3%와 12.8%를 구사했다. 실투를 던지지 않는 경쟁자로는 신시내티 레즈의 브론슨 아로요를 꼽을 수 있다.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들어간 공은 19.4%. 전체 2위를 달린다. 물론 1위 구로다와 차이는 5% 이상이다.올스타와 사이영상을 향해구로다에게 붙는 물음표는 이제 두 가지밖에 없을 듯하다. 체력과 부상이다. 2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 당한 오른 종아리 부상은 자칫 투구 밸런스를 망가뜨릴 수 있다. 38세의 적잖은 나이도 경계대상이다. 자기관리가 아무리 철저해도 세월을 거슬러 올라갈 수는 없는 법이다. 조 지라디 양키스 감독은 말한다.“구로다는 마운드 위에서 25세 청년처럼 던진다. 정확히 말하면 25세처럼 행동하는 38세 베테랑이다. 항상 나이를 잊어선 안 된다. 앞으로도 몸 상태에 따라 투구 수를 관리해 줄 계획이다.”뉴욕의 다수 언론들은 벌써부터 시티필드에서 펼쳐지는 올스타전 선발출장과 사이영상 수상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구로다의 자세는 여전히 의연하다.“빅 리그에서 한 시즌을 치른다는 건 그리 만만치 않다. 시즌은 길다. 늘 다음 등판을 위해 컨디션을 조절하는데 최선을 다할 뿐이다. 나는 경기 전 구상한 게임 플랜을 떠올리며 공을 던진다. 그것이 내 강점이라 생각한다. (아메리칸리그 첫 해인) 지난해보다 타자들에 대한 정보가 늘었다. 그것을 머릿속에 각인시키며 투구하고 있다.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건 결코 부끄러운 게 아니다.”김성훈 해외야구 통신원이종길 기자 leemea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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