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日 협력 과시에 韓·美 대북공조 '흔들'

'성의있는 노력 높이 평가' '진지하게 장시간 협의'

▲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자료사진)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일본이 주변국들과 협의 없이 총리 자문역을 방북시킨 데 대해 북한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한·미 등 국제사회의 대북공조가 흔들리고 있다. 이지마 이사오(飯島勳) 일본 총리실 특명 담당 내각관방 참여(參與ㆍ자문역)는 17일 3박4일 간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중국 베이징(北京) 국제공항에 도착해 "(북한측과) 진지하게, 장시간 회담할 수 있었다"며 귀환 소감을 밝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최측근인 이지마 참여는 지난 14일 평양에 도착해 16일 북한 내 서열 2위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는 북·일 대화의 실무 책임자인 송일호 북일국교정상화 협상 담당 대사가 배석했다.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일부 공개한 이 회동 관련 영상에서 김 상임위원장은 이지마 참여에게 "(북·일 관계 개선을 위해) 오래 전부터 성의 있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지마 참여는 김 상임위원장 등과 일본인 납북자 문제, 식민지 배상을 포함한 북·일 국교정상화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마 참여는 방북 이틀째인 15일에는 북한에서 대외 문제를 총괄하는 김영일 노동당 국제비서와도 회동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제외하고 북·일 관계와 관련한 북한 수뇌부와 모두 만난 셈이다. 이번 북·일 교섭은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의 경우 일본의 최대 외교 현안인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면 7월 총선에서 압승할 공산이 크다. 북한으로서도 UN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에 더해 한·미, 중의 '2인 3각' 대북 공조가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일본이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풀이다. 북한은 향후 일본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경제 지원을 이끌어낼 것으로 관측된다.앞서 이지마 참여의 방북 사실이 알려졌을 때 한·미 양국은 발칵 뒤집혔다. 일본은 이지마 참여의 방북을 한국과 미국에 통보하지 않은 채 비밀리에 추진했다. 더욱이 이번 방북은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3일부터 한·중·일 3국을 순방하는 도중에 이뤄져 더욱 충격을 안겼다. 아베 총리는 이에서 멈추지 않고 북·일 정상회담도 추진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15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김 제1위원장과 만날 가능성에 대해 "(일본인) 납치, 핵, 미사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정상회담이 중요한 수단이라면 당연히 회담을 생각해가며 협상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 내에서는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한 시점에 일본이 독자 행동에 나선 것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상회담 이후 공고해진 한·미 대북 공조가 일본이라는 변수에 탄력을 잃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외교부 조태영 대변인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측이 이지마 참여의 방북을 한국 등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면서 "정부는 한·미·일은 물론 국제사회가 긴밀한 대북공조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이지마 참여의 방북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오종탁 기자 tak@<ⓒ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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