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마다 '방미 징크스'…朴대통령에 드리워진 '5월의 위기'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계절의 여왕'으로 불리는 5월은 임기 첫 해의 대통령에게 가혹하다. 박근혜 대통령뿐만 아니라 임기 첫 해를 맞은 역대 대통령들은 어김없이 5월에 논란에 휩싸였다. 첫 해외 순방 등 굵직한 관심만큼 비판 여론도 고조됐다. 이른바 5월의 위기다.박 대통령은 13일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 "국민께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그는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모두발언을 통해 "공직자로서 있어서는 안 될 불미스런 일이 생겼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이번 일로 동포 여학생과 부모님이 받았을 충격과 동포들 마음에 큰 상처를 끼친 데 사과 드린다"며 "이 문제는 국민과 나라에 중대한 과오로, 한 점 의혹 없이 사실 관계가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모든 조치를 다 할 것이며 미국 수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박 대통령이 지난 5일 오후 미국으로 출발할 당시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방미단은 박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오찬을 겸한 정상회담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둬 축제 분위기였다. 안보는 물론 경제 분야에서도 양국 간 협력 약속을 받아낸 것이다. 의외의 변수는 방심의 순간에 찾아왔다. 수행단의 일원인 윤 전 대변인이 여성 인턴 성추행 논란에 휩싸이며 방미 성과에 재를 뿌렸다.5년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의 5월도 그랬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4월 15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해 미국 대통령 공식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초대받는 환대 속에서 기세등등하게 한·미 쇠고기협상을 타결했다. 한껏 들뜬 분위기와 달리 국내 여론은 싸늘해졌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서 촛불이 불타올랐다. 이 전 대통령은 버티지 못하고 두 번이나 직접 사과해야만 했다. 청와대 참모진은 취임 100일 갓 넘기고 총사퇴를 선언해야만 했다.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은 미국 집권정부와의 엇갈린 성향으로 인해 냉담한 반응에 직면했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당시 '미국에 안 가면 반미냐'고 말해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미국 순방길을 택한 그는 북핵 문제 해결 방법을 놓고 회담을 했지만 미국의 반응은 냉랭했고, 국내에서는 대미 굴욕외교라는 비판에 직면했다.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자마자 취임한 김 전 대통령도 서둘러 정상회담을 추진했지만 '햇볕정책'에 대한 싸늘한 반응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특히 부시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을 향해 '이 사람(this man)'이라고 불러 문제가 됐다.
이번에도 청와대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먼저 이남기 홍보수석이 비공개 브리핑을 통해 "국민과 대통령께 사과드린다"고 밝혀 역풍을 맞았다. 윤 전 대변인의 귀국 지시 여부를 놓고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모습이 보였다. 박 대통령이 나서 윤 전 대변인 사태에 대한 사과 입장을 표명했지만, 들끓는 여론은 잠재우기 어려운 모양새다.박 대통령은 지금 갈림길에 섰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의 표현대로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논란으로 추락된 국민의 자긍심과 국가 위상을 어떻게든 복구하는 일에 주력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남기 홍보수석의 사표 수리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참모진 개편 문제에도 침묵했다. 일각에서는 5년 전 이 전 대통령이 '명박산성'으로 상징되는 불통 노선을 통해 임기 내내 리더십이 흔들렸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이민우 기자 mwle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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