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명품 화장품 세일이 뭐길래···'100만원 한도 꽉채웠다'vs'없어서 못팔았다'

에스티로더 컴퍼니 패밀리 세일이 진행...오는 사람마다 100만원 한도 채워

▲26일 역삼동 메리츠화재 15층에서 진행된 에스티로더 컴퍼니 패밀리 세일에 사람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할인하면 3만원하는 아이크림 하나 사러 왔다가 100만원 다 채웠네요. 12시에 왔는데···. 벌써 시간이 3시 30분이에요? 지금 물건 많이 빠졌으니까 빨리 가서 사세요."26일 에스티로더 컴퍼니의 패밀리 세일이 진행된 강남구 역삼동 메리츠화재 15층에서 만난 60대 주부는 화장품으로 가득 채운 분홍색 비닐 가방을 들고 "한동안 화장품 살 일 없겠다"며 이처럼 말했다.콧대 높던 명품 수입 화장품이 자존심을 꺾었다. 불황이 이어지면서 판매가 부진하자 패밀리 세일을 일반인들에게도 진행한 것. 패밀리 세일은 원래 VIP고객이나 직원들에게만 진행되는 행사다. 에스티로더 컴퍼니의 패밀리 세일이 일반인들에게 공개된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몰린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 같은 세일엔 베스트셀러 제품인 에스티로더 '갈색병' 등이 빠져 남은 제품 '재고떨이'는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20여평 남짓한 행사장은 100여명정도 되는 사람들이 몰려 숨 쉬기가 답답할 정도였다. '바비 브라운', '맥', '에스티 로더', '크리니크' 등 인기 브랜드 40여개 제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가격은 50~70%까지 대폭 할인됐다. 4만2000원에 판매되는 '에스티로더 센슈어스 립스틱'은 1만6800원, 6만원인 '에스티로더 더블웨어 라이트 파운데이션'은 1만8000원이었다. 이처럼 가격이 저렴하자 한도 내에서 사람들은 최대한 물건을 담았다. 한 아이템 당 5개 이내, 100만원 이하로 제품을 살 수 있다. 자신의 물건을 사러 온 남성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바구니 안에는 남성용 화장품이 가득 담겨 있었다.패밀리 세일에 들어가기 위해 오전 7시 30분에 줄을 섰다는 한 30대 여성은 오후 1시 30분 입장표를 받았지만 사람이 밀려 오후 2시 40분에야 들어갈 수 있었다. 모녀가 함께 행사장을 찾은 이 고객은 둘이 합쳐 200만원을 꼬박 채웠다며 웃으며 말했다. 두 모녀는 남자 화장품을 덜 산 것을 후회하며 발걸음을 돌렸다.이 같은 패밀리 세일은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현장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에스티로더 직원은 "화장품을 뜯지 않으면 유통기한이 2~3년"이라며 "지금 많이 사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소비를 부추겼다.주부 박현민(가명·31) 씨는 "9만원 하던 에스티로더 아이크림을 평소에 사보고 싶어도 사지 못 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3만원 밖에 안 되는 가격에 제품을 살 수 있었다"며 "다 쓰진 못 해도 어차피 집에 두었다 쓰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한편 이날 오후 메리츠화재 건물 1층에서는 입장표를 받지 못한 사람들이 줄지어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1000명 한정으로 입장표를 미리 배부한 것을 모른 채 방문한 사람들이 들여보내 달라며 언성을 높였다.이현주 기자 ecolh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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