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토종車 '경계論' 호들갑이었나?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최근 수년 동안 주요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최대 위협은 중국 자동차 업계의 급성장이었다. 중국 현지 브랜드들이 세계 시장에서 급부상하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그러나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꿈이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고 최근 전했다.1994년 중국이 도입한 자동차 산업 육성 계획대로라면 현지 브랜드 2~3개는 지금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와 어깨를 나란히 해야 했다. 하지만 중국인들이 외제차를 더 선호하는 바람에 현지 브랜드는 구석으로 밀려났다.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 사이에서 외국 브랜드와 합작하는 게 유행이다. 중국 정부가 기술력이 부족한 토종 브랜드를 이른 시간 안에 성장시키려면 해외 메이커들의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다.그러나 중국 업체의 해외 파트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기술부터 마케팅까지 외국 합작사에 기댄 탓이다. 중국의 거리는 요즘 외제차 투성이다. 대부분이 중국 현지 브랜드와 합작한 유럽ㆍ미국ㆍ일본ㆍ한국 차량이다.중국 토종 브랜드의 내수 시장 점유율은 2009년 30%에서 지난해 26%로 줄었다. 중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는 포드의 포커스다. 이어 폴크스바겐(4개 브랜드), GM(3개), 현대(2개)가 10위권을 싹쓸이했다.중국 현지에서 토종 브랜드가 외면 받는 것은 기술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 시장조사업체 번스타인 리서치는 지리(吉利)자동차의 세단, 창청(長城)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검사해봤다. 그 결과 차량 조립이 조잡하고 주행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번스타인은 중국 토종 메이커가 해외 합작사의 도움 없이 국제 규격에 맞는 차량을 직접 만들려면 5~10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중국 업체들도 나름대로 애쓰고 있다. 많은 돈까지 들여 외국인 기술자와 컨설팅업체로부터 조언을 얻는다. 외국인 엔지니어의 연봉은 자그마치 50만달러(약 5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기초 기술 개발에는 인색하다. 외국 자동차 메이커를 통째 인수한 뒤 기술을 흡수하는 데만 관심 있다. 상하이(上海)자동차는 영국 로버그룹의 나머지 지분까지 인수했다. 지리는 스웨덴의 볼보를 사들였다. 그러나 아직 기술 면에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중국 정부는 최근 해외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토종 업체와 손잡고 신차를 개발하라며 압력 넣고 있다. 해외 합작사에 대한 토종 업체의 기술 의존도를 낮췄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러나 반응이 영 시큰둥하다. 특히 대기오염 악화로 중국 당국이 배기가스 배출 규정을 강화하려 들면서 해외 브랜드와 토종 업체 간 기술 격차는 더 벌어질 듯하다.그러나 세르조 마르키온네 피아트ㆍ크라이슬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제네바 모터쇼에서 선보인 중국 토종 브랜드 코로스를 두고 "중국 업체가 신경 쓰인다"고 털어놓았다. 코로스는 중국의 체리(奇瑞)자동차와 이스라엘 기업의 합작품으로 고가 모델이다.지연진 기자 gy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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