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복권위)가 지난달 말 복권 매출총량(한도) 규제를 폐지하려다 총리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반대해 무산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011년과 2012년 이태 연속 발행한도 확대를 요구했다가 퇴짜를 맞은 복권위가 이번에는 아예 한도 자체를 없애려 든 것이다. 복권위는 매출총량 규제가 강제가 아닌 권고사항이란 점을 이용해 어겨 왔다. 매출한도는 국가가 복권ㆍ경마ㆍ경륜ㆍ경정ㆍ카지노ㆍ스포츠토토 등 6대 사행산업을 합법적으로 인정하되 일정 범위로 제한하기 위한 마지노선이다. 이를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인 기재부가 나서 복권의 유병률(중독성)이 다른 사행산업보다 낮다는 이유를 들어 없애려 든 것은 부적절한 처사다. 국민 정신건강보다 복권 판매액의 42%에 이르는 재정수입이 더 탐이 난 것인가. 복권이 카지노ㆍ경마 등 다른 사행산업보다 비록 중독성은 낮아도 당첨확률이 매우 낮고 복권 구입에 따른 기회비용 손실도 적지 않다. 아무리 박근혜정부의 공약인 복지 확대에 필요한 재원 마련이 절실하다지만, 정부가 손쉽게 국고를 확충하기 위해 국민의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복권위가 이렇게 하면 다른 사행산업도 이런저런 명분으로 한도를 없애거나 늘리려 들 것이다. 이미 문화체육관광부는 민간에 위탁 운용해 온 스포츠토토 사업을 직영이나 다름 없는 체육진흥공단 자회사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사감위는 2000년대 초 '바다이야기'로 대표되는 불법 성인오락실이 퍼져 도박 빚 때문에 자살하거나 위조지폐를 만드는 등 사회문제화하자 불법 사행산업을 양성화하는 한편 관리하기 위해 만든 민관합동심의기구다. 이를 정부 스스로 흔들어선 안 된다. 정부는 합법적 사행산업에 대한 적절한 통제와 함께 불법도박을 근절하는데 더 신경써야 한다. 하우스 도박ㆍ사행성 게임장ㆍ인터넷 도박 등 불법도박은 지하경제 중에서도 돈세탁과 범죄로 연결되는 등 폐해가 심각하다. 사감위와 고려대 산학협력단의 실태조사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불법도박 규모는 약 75조원이다. 사감위가 통제하는 합법적 사행산업의 지난해 매출(19조4612억원)의 네 배에 가깝다. 정부는 복권 등 일부만 보지 말고 사행산업 전체에 대한 틀을 다시 짜야 할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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