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채은기자
▲ 프랑크프루트 증권거래소 앞 황소와 곰 (출처: 위키피디아)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여의도에는 황소 동상이 많다. 한국거래소 사옥 1층에도 황소가 곰을 뿔로 공격하는 동상이 있다. 강세장을 뜻하는 '황소'가 약세장을 상징하는 '곰'을 무찌른다는 의미로 활황장을 기대하는 증권가의 시선이 반영돼있다. 이런 동상은 한국거래소뿐만 아니라 뉴욕, 뭄바이, 상해, 프랑크푸르트 등 세계 거래소에서도 볼 수 있다. 한국거래소는 2010년 거래소 대표 캐릭터를 황소와 곰을 따 '황비'(黃飛)와 '웅비'(熊飛)로 제작하기도 했다. 문헌상에는 1715년 미국의 찰스 존슨이 쓴 'Country Lasses'에서 'You deal in Beas and Bulls'(강세와 약세장에서 거래한다)라는 글귀가 등장한다. 황소와 곰에 빗댄 강세장과 약세장이란 표현이 300년 가까이 쓰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후 1719년 출간된 '증시의 해부'(Anatomy of Exchange Ally)란 문헌에서도 'buyers of bear skins'(곰 가죽 매수자)라는 표현을 볼 수 있다. 황소가 강세장을, 곰이 약세장을 상징하게 된 데는 두 동물의 싸우는 모습에서 유래됐다는 설명이 일반적이다. 미국에는 황소와 곰이 서로 싸우도록 부추기는 전통 스포츠가 있는데 황소는 뿔을 밑에서 위로 치받으며 공격했고 곰은 앞발로 위에서 아래로 내리쳤다. 이 모습이 마치 주가가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강세장', 주가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앉는 '약세장'과 유사하다고 해 증권가 사람들이 '황소장'과 '곰장'이란 이름을 만들었다는 설이다. 일설에는 곰장의 경우는 18세기 초 보스턴 어느 가죽시장에서 시작됐다는 주장도 있다. 상인들은 가죽이 떨어져 값이 오르면 며칠 뒤에 주겠다며 곰의 가죽을 미리 팔았다. 가죽값이 비싸지면 곰사냥꾼은 열심히 사냥하게 되고 가격은 하락했다. 이에 따라 상인들은 싼값에 가죽을 사서 미리 거래를 해 둔 고객들에게 비싼값에 넘기고는 이득을 챙기기 시작했다. 오늘날로 치면 '공매도'를 한 셈. 일반인들이 곰 가죽의 값이 떨어지기를 바라는 것에서 착안 약세장을 나타내는 '곰장'이라는 말이 나왔다는 것이다. 구채은 기자 faktu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