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묶인 날 부총리의 편지 '경제인식 일치해야 추진동력 생겨'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정부의 기대와 달리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11일.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직원들에게 편지를 썼다. "적어도 정부 내에서는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이 일치해야 추진 동력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을 향한 당부였지만, 내용과 시점이 절묘했다.

▲현오석 후보자

취임 3주차를 맞은 현 부총리는 편지에서 "경제라는 게 기관마다 다르게 평가할 수 있지만 적어도 정부 내에서는 상황 인식이 일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팽팽한 긴장감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언급도 나왔다. 형식적으론 내부 단속용 멘트같지만, 편지를 띄운 시점이 미묘하다. 이제 고작 취임 3주. 취임사를 통해 조직 재정비를 당부한 게 불과 한 달 전이다. 더구나 조직 운영의 방향성을 담은 인사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현 부총리는 이날 편지를 오전 11시쯤 직원들에게 보냈다. 한은이 정부의 금리인하 요청을 거부하고 금리 동결을 결정한 직후다. 관가에선 이 점을 들어 "현 부총리가 직원을 향한 대화의 형식을 빌려 한은을 꼬집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 부총리의 편지 곳곳에선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는 "위기를 사전에 감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 수 있도록 위기 관리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고 했다. 팀플레이를 강조한 대목도 눈에 띈다. 현 부총리는 "먼저 칸막이를 낮추고 손을 내밀어 팀플레이를 해달라"면서 협업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수신인을 김중수 한은 총재로 바꿔도 문맥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비슷한 시각 기자회견을 통해 금리 동결의 배경을 설명한 김 총재는 "금리 결정에 경제 외적인 요인은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금리 동결 이후 경제 회복세가 더디면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지만, 이를 피하기 위해 쉬운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치적 부담때문에 소신을 버리지는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김 총재는 아울러 "이번 금리 동결은 득실을 따져볼 때 득이 더 큰 결정"이었다"면서 "환율과 가계부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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