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역삼동 '디캠프'가보니 2030대 CEO 기업 6개사 입주자금 지원보다 사람 네트워킹[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서울 역삼동 테헤란로 인근 20개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출연해 만든 '기업가정신센터(디캠프)'. 이 센터 5층에는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의 핵으로 불리는 모바일 게임 앱(애플리케이션) 개발사 '푸르미르엔터테인먼트'가 입주해 있다.
디캠프에 입주한 '푸르미르'직원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 '캔디펀치' 개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이곳은 방송통신위원회와 구글코리아ㆍSK플래닛 등이 지원하는 'K스타트업'에 선정된 유망한 신생 벤처다. 푸르미르를 창업한 김동현 대표는 NHN 한게임과 미국 최대 게임사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를 거친 고급 인력이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그가 선택한 건 직원 3명으로 꾸린 5평 남짓한 사무실이다. 김 대표는 "우리는 성공할 것입니다. 우리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봐주세요"라며 인터뷰 내내 열정을 쏟아 냈다. 푸르미르는 국내 뿐만 아니라 북미와 유럽등 해외시장 진출도 겨냥하고 있다. 이곳에는 푸르미르 뿐만 아니라 '한 우물만 파는' 다른 초기 벤처기업 6개사가 입주해 있다.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이들 젊은 창업가들의 평균 연령은 20~30대다. 청년실업률이 9.1%에도 대기업 취직에 목매지 않고 젊은 나이에 창업에 나선 것이다. 대표들 뿐만 아니라 직원도 젊다. 김 대표는 아직은 직원이 3명에 불과하지만 곧 유능한 후배들을 뽑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는 각오다. 푸르미르 바로 옆에는 커피찌꺼기 등 유기성폐기물을 자동 지렁이 퇴비화기술로 재활용한 친환경 분변토를 개발하는 '삼사라'가 입주해 있다. 스마트모듈을 이용한 위치기반서비스(LBS)업체인 '텔라딘'과 클라우드 클리보드 업체인 '센텐스랩', 와인병 안의 산소를 제거해주는 특수 마개를 개발하는 '제이엔터프라이즈', 화장품 업체 '아모리스트' 등도 입주사다. 이들 7개사는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와 앱센터운동본부가 주도하는 'K스타트업' 등에 선발된 업체들이다. 김 대표가 있는 디캠프는 박근혜 정부가 국정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의 경제 현장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디캠프는 창업을 희망하는 이들의 협업 공간과 입주 업체들을 위한 보육 공간, 각종 행사를 위한 공간 등으로 구성된다. 여느 창업지원센터와 달리 은행권이 직접 운영하는 만큼 투자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하지만 자금 지원보다 네트워킹을 위한 공간이라는 데 의미가 크다. 디캠프 관계자는 "디캠프는 벤처인들이 네트워킹을 위해 꼭 한번 찾아야 할 공간"이라며 "그것만으로 디캠프의 설립 이유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곳의 설립 취지는 그동안의 창업지원센터들과 사뭇 다르다. 디캠프는 단순히 교육이나 멘토링을 위한 중간자적 역할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인맥들을 끌어 모은다. 디캠프가 담고 있는 '드림(Dream)' '두(Do)' '다이내믹(Dynamic)'도 창업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들이겠다는 의지다. 실리콘밸리가 60~70년의 역사속에서 이뤄낸 생태계를 속성으로 이뤄내기 위해서는 '사람'에 집중해야 한다는 데서 의미를 찾았다. 실리콘밸리 소재 IT기업들이 매주 네트워크 파티를 연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애플 등이 대표적이다. 이 파티는 철저히 사교적 목적의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벤처인들을 나이나 재력이나 성공 여부로 평가하지 않는다. 대신 이 사람이 본질적으로 어떤 사람인지 어느 정도의 열정을 가지고 헌신하는지를 고려한다. 나이나 서열을 따지고 의전과 권위에 익숙한 국내 창업 환경과 분명하게 구별되는 대목이다. 디캠프 관계자는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CEO들이 수행원 거닐고 다니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스타트업 다운 창업 생태계가 제대로 꾸려 지려면 의전과 권위부터 완화되야 한다"고 얘기한다. 이를 위해 디캠프는 지난 11일 열린 첫 번째 네트워크 파티를 철저히 '벤처인 중심'으로 준비했다. 디캠프는 11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컨벤션센터 인근 레스토랑에 네트워크 파티를 기획하고, 벤처 창업 관계자ㆍ개발자ㆍ투자자ㆍ기자 등 전 세계 각국 창조산업 종사자들을 초대했다. 디캠프 관계자는 "이번 파티의 주인은 창업가였다"며 "기금 출연기관 부행장들을 행사장 4번째줄에, 첫 줄에는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벤처 창업자들이 앉았다"고 말했다. 의전과 권위는 깬 파격적인 시도였다. 디캠프에서의 창업에 대한 열정은 취업의 막다른 길이 아니다. 7개 업체 대부분 회사들의 대표들은 20대 중후반으로 이뤄져 있다. 대표들은 애초부터 다른 길로서의 창업을 시작했다. 취업의 어려움 및 고용 불안으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대체'로서가 아니라 유수 인력들이 가진 아이디어 실현의 기회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창조적 파괴의 기업가정신, 그 정수는 이같은 창업지원센터에 몰려 있다. 재단에 출연한 금융기관을 비롯해 중소기업진흥공단과 한국콘텐츠진흥원, 서울시 등도 각종 창업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서울지역 2곳에 1인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를 두고 있다. 이 곳에는 사무환경 뿐만 아니라 법률, 특허 등 전문가 자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창업 관련 맞춤형 특강을 열기도 한다. SK플래닛도 모바일 인재 육성과 상생 협력을 위해 서울대연구동 상생혁신센터에 T아카데미 설립했다. 지난 2010년 설립한 이후 올해로 3주년을 맞아 수료생만 3만5000명을 넘어섰다. SK플래닛은 T아카데미 전문가 과정을 통해 89개의 앱을 상용화했다. 위앤컴퍼니, 예스튜디오 등 전문가과정 출신 스타트업 14개 벤처도 배출해 냈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장은 "디캠프는 국내 최초로 벤처인들의 네트워크 장이 만들어졌다는데 지금까지 창업지원센터와 차별화돼 있다"며 "성공한 벤처기업가가 생겨나면서 유능한 젊은이들이 창업전선에 뛰어들고, 이들이 성공한 뒤 후배들을 위해 엔젤투자자가 되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조유진 기자 tin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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