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25일 월요일 오전 6시. 세종청사 4동 기획재정부 사무실은 불빛으로 환했다. 아직 또 다른 태양이 떠오르려면 한참이나 남은 시간인데 새벽같이 출근해 있는 모습이었다. 기획재정부는 지금 회자정리(會者定離) 중이다. '만남이 있으면 떠남'이 있다. 동쪽으로 아침에 해가 떠오르면 저녁에 서쪽으로 석양빛을 내며 지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떠나는' 박재완 전 장관은 지난 22일 이임사를 통해 짧지만 우리나라 경제의 현 상황에 대해 "서민 삶은 여전히 팍팍하다. 내수지표 개선은 더디다. 부문 간 격차로 빚어진 상대적 공복감도 마음에 걸린다. 한반도 리스크 역시 고조되고 있다"고 읊었다. 이어 "이처럼 많은 숙제를 남겨두고 떠나게 돼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떠나는 이의 착잡함과 녹녹치 않은 우리나라 경제의 현재를 묘사했다. 22일 기자실을 마지막으로 찾은 박 전 장관은 일일이 기자들과 손을 잡고 "그동안 신세 많이 졌다"라며 아쉬운 이별을 나눴다.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는'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분발해 줄 것을 당부했다. 현 부총리는 "3월중에 민생회복과 경제 활력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 국민의 눈에 투영된 우리의 성적표가 미흡하다면 더 분발해야 한다. 부처·실국 사이의 모든 칸막이를 허물고 팀워크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몸이 곧은 데 그림자가 굽을 리 없다'며 어려운 지금을 함께 극복해 나가자고 주문했다.25일 기자실을 찾은 현오석 부총리는 "새 명함이 나왔다"며 일일이 기자들에게 명함을 돌렸다. '신세 많이 진' 장관은 떠나고 새 명함을 새긴 장관은 들어왔다.기재부 1,2차관도 '만남과 떠남'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신제윤 1차관은 금융위원장으로, 김동연 2차관은 국무조정실장으로 떠났다. 그 빈자리를 1차관에는 추경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차관에는 이석준 예산실장이 내정됐다. 조직개편도 이어졌다. 1차관이 관할하던 세제실이 2차관으로 이전됐다. 앞으로 추 차관은 경제 정책을 중심으로, 이석준 차관은 예산과 세제를 총괄하는 재정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번 주에는 실·국장과 과장급 인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떠나고 다시 만나는 '會者定離'의 순간 순간에 지금 기재부는 서 있다. 뒷모습을 아름답게 남기고 떠나는 이들이 얼마나 될 지는 보는 이들의 관점에 따라 다를 것이다. '떠남이 아름다운 사람'이 얼마나 많을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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