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예외 없이 대규모 정부조직 개편이 이뤄지고 이 때문에 관가는 물론이고 민간에도 한바탕 회오리바람이 불어닥친다. 기존 부처기능이 이리저리 쪼개지고 폐지되고 이전되는가 하면 새로운 조직이나 위원회가 신설되는 등 업무의 재조정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무더기 인사이동 요인이 발생하고 필요할 경우 사람을 새로 채용해야 하며 부처 조직의 물리적 공간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이사비용과 행정공백도 발생한다. 가령 현재 지식경제부의 최초 명칭은 상공부였지만 동력자원부와 합쳐지면서 상공자원부로 개편됐다가 1994년에는 통상기능이 추가돼 통상산업부로 바뀌었다. 1998년 대외통상 업무가 외교통상부로 이관되면서 산업자원부로 변경됐고 5년 전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정보통신부 일부, 과학기술부 일부와 통합해 지식경제부로 개편됐다. 그 통상기능이 이번에 다시 지식경제부로 옮겨온 반면 정보통신과 과학기술 기능은 미래창조과학부로 넘어가게 됐다. 이 과정에서 해당부처 공무원들은 물론 관련 민간업계가 겪는 혼선이 적지 않을 것이다. 기능은 비슷한데 이름만 바뀌는 경우도 있다. '행정안전부'가 이번에 '안전행정부'로 명칭이 변경된 것이다. 내무부에서 행정자치부로 변경됐고 2008년 국가차원의 재난ㆍ안전관리를 총괄하기 위해 '행정안전부'로 개편됐다가 이번에 이름의 순서만 바꾸게 된 것인데 일반 국민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강조한 명칭변경이라고는 하나 "내실이 중요하지 명칭변경이 그렇게 필요한가?" 하는 의문을 가진 국민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바뀔 때마다 수많은 부처의 이름이 변경되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간판을 새로 해 달아야 하고 서식의 표지도 모조리 바꿔야 하고 홈페이지도 개편해야 하고 해당부처 공무원들의 명함도 새로 만들어야 하는 등 상당한 직접비용이 들어간다. 또 특정 업무를 해당 부처에서 떼어내 이전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반발과 갈등이 빚어지게 되고 해당부처에 관련된 민간업계도 똑같이 혼선을 겪는 데 따르는 간접적 기회비용도 만만치 않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메뉴비용(menu cost)라고 부른다. 원래 메뉴비용은 임금과 물가조정이 왜 서서히 이뤄지는지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개념이었다. 기업들이 가격을 조정하려면 우선 일일이 새로운 가격목록을 만들고 고객들에게 가격변동을 알려야 하기 때문에 가격 경직성이 생긴다는 것인데 정부 부처 개편에 따라 발생하는 메뉴비용은 경제학의 메뉴비용보다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기업과는 달리 정부부처 변경은 정치적, 사회적으로 중대한 함의를 갖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통상기능의 부처 이전으로 적지 않은 반발과 혼란이 있었고 일부 방송 기능의 미래창조과학부 이전 문제로 정치권이 정면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방송을 산업기술로 보느냐 콘텐츠로 보느냐에 따라 미래창조과학부 소관이 되기도 하고 문화관광부 소관이 되기도 하고 방송통신위원회 소관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세 사람의 시어머니를 모시는 셈이 돼 향후 민간업계가 느끼는 당혹감과 혼란도 적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메뉴비용은 갈수록 커지는데 과거 여러 정부의 실적을 보면 별로 눈에 띄는 성과가 없었다는 데 있다.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메뉴 재설정에 따른 비용은 바로 국민이 내는 세금이며 사회적 기회비용은 직접비용보다 훨씬 무겁다는 점을 엄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정부 간판을 바꿔 다는 데 따른 메뉴비용보다 더 큰 생산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하며 5년 후에 제대로 심판받을 각오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실버산업학 교수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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