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영준 기자]욕망이 가득한 인물이었다. 욕망을 이룰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지지 않아 안간힘을 쓰다 보니 여자 힘으로는 감당하기 힘들게끔 방향이 비틀어졌다. 지난달 7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대풍수'(극본 남선년, 박상희, 연출 이용석)에서 반야는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캐릭터였지만, 이를 소화한 배우 덕에 조금이나마 동정표를 얻을 수 있었다.반야를 연기한 이윤지는 오히려 자신의 캐릭터가 딱했단다. 만약 실제 그런 사람이 자신의 곁에 있었다면 친구들에게 욕을 많이 먹었을 거란다. 스스로 반야를 이해할수록 안타까웠고, 이윤지 본인마저 그런 반야를 나쁘게 그릴 수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반야의 마지막은 왠지 모를 서글픔이 느껴졌다. 삶의 원동력으로 삼아왔던 욕심마저 모두 내려놓은 깔끔한 마무리였다."욕심내서 싸울 마음으로 싸우다가 죽임을 당했다거나, 탕약을 받아서 끝났으면 아쉬웠을 거예요. 정근(송창의)에게 안겨서 죽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안 그랬으면 얘(반야)는 어디 가서 잘 살고 있나 그런 생각했을 텐데, 마침표를 아주 정확하게 찍었죠. 제 마무리가 가장 깔끔하지 않았나요?"
'대풍수'에 대한 얘기를 나누자면 시청률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200억이라는 대규모의 자본이 투자돼 방송 초반부터 뜨거운 화제를 모았지만, 이는 정작 시청률로 연결되지 못했다.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모두 최선을 다했지만, 그럼에도 저조한 시청률은 부담이자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시청률이 잘 나왔더라면 저의 독기 어린 모습을 더 많이 보실 수 있었을 텐데. 드라마를 못 보신 분들은 저를 착하게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런 점이 아쉽죠. 사실 우리 드라마가 기대가 워낙 커서 주춤하는 듯 보였지만, 전작 시청률로 시작해서 좋게 끝난 거예요. 무엇보다 함께 출연한 배우들 스태프들과 다시 한 번 만나라고 그러면 자신 있게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이제 30살이 된 이윤지는 올해로 데뷔 10년차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20대와는 달리 여유가 생겼다. 20대 때 뭔가 일을 막 벌려 놓고 수습은 하지 못하는 그런 모습이었다면, 이제는 일이 많더라도 분배를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윤지는 자신의 십년을 돌아보며 "잘 온 것 같다"고 말했다."제가 잘 왔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앞으로 잘 갈 수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예요. 만약 10년을 빡빡하게 보냈다면 허전했을 텐데, 그 다음이 더 재밌을 거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내가 지난 10년을 헛되게 보내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점점 파워풀해지고, 계획도 늘어나고. 일거리도 더 많아지는 것 같고."
드라마를 끝낸 이윤지는 최근 밀린 친구들(?)을 만나는데 여념이 없었다. 얼마 전에는 직접 베스트 프렌드의 결혼식 사회도 봤다.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결혼을 하는 걸 보면서 본인도 결혼할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그에게 원하는 배우자감을 묻자 "인자한 사람이 좋다"고 망설임 없이 답했다."내가 비주얼 안 보기로 유명해요.(웃음) 원래는 어렸을 때 외모를 보고 철딱서니 없이 만났다가 나중에 진국인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어렸을 때부터 그 부분만큼은 그냥 진국인 사람들을 만난 것 같아요. 좋은 친구들이었고. 사실 어머니는 (사윗감을) 많이 기다리세요. 작은 아들 갖고 싶다면서요. 만약 남자친구가 생긴다면 공개연애 할 겁니다. 배우자 생겼다고 엄청 자랑하면서요.(웃음)"현재 대학원 석사 과정에 있는 이윤지는 공부에도 욕심이 많았다. 석사 논문을 마치면 박사까지도 도전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기왕 시작한 공부 끝을 보자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언제가 될지는 본인도 알 수 없었다. 일단 학교를 마친 뒤 평소 하고 싶던 공부를 하면서 생각을 정리할 계획이다."운동 자격증도 따고 싶고, 바리스타도 배워보고 싶어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와인 공부도 해보고 싶고. 그렇게 다양한 경험을 쌓다보면 제가 맡을 수 있는 역할들이 넓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올해 제가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지 기대 많이 해주세요. 저도 벌써부터 막 기다려지네요."
장영준 기자 star1@<ⓒ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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