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상어비늘을 입었다?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비행기가 상어비늘을 입었다? 황당한 얘기인 것 같지만 사실이다. 미 경제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독일 국적기 루프탄자항공이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와 손잡고 상어비늘의 원리를 항공기 표면에 적용해 공기 저항을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상어는 겉으로 보기에는 미끈한 피부를 가진 듯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상어의 몸 전체는 리블렛(Riblet)이라고 불리는 미세돌기로 덮여있다. 수영을 하면 흐르는 물이 피부에서 맴도는 와류 현상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마찰 저항이 늘고 수영 속도가 느려진다. 그러나 상어 피부의 작은 돌기들은 와류 현상과 마찰을 줄여 속도를 높여준다. 매끄러울수록 유체 저항이 적다는 기존의 상식과 정반대인 것이다.이같은 '상어 비늘의 원리'는 이미 잠수함과 수영복, 자동차 등 물과 공기의 저항을 받는 운송수단에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글로벌 타이어 그룹 브리지스톤은 이 원리를 이용한 타이어를 선보였다. 타이어 홈에 상어 비늘처럼 미세한 돌기를 만들어 공기 저항을 줄이고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1998년 아디다스가 처음 개발한 전신수영복 역시 이를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표면에 상어 비늘과 같은 돌기를 가지고 있는 전신수영복은 2000년 호주 시드니 올림픽부터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이 수영복은 지나치게 많은 신기록을 낸다는 이유로 '과학 도핑'으로 불리며 2010년부터 국제대회에서 퇴출당하는 비운을 겪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상어비늘의 우수성을 보여준 예로 꼽힌다.전문가들은 이 원리를 항공기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물론 진짜 상어 비늘을 그대로 항공기 표면에 붙이는 것은 아니다. 대신 유사한 인조 돌기를 압축 필름 형태로 만들어 항공기 전체에 부착한다. 이를 통해 공기 저항을 줄이고 연료를 절약할 수 있다. 루프탄자측은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매년 9만톤, 약 9400만달러에 해당하는 연료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루프탄자에서 항공기 도장 책임을 맡고 있는 게오르그 판타는 "미크론(microns) 단위의 미세한 돌기들로 항공기의 표면을 덮게 될 것"이라며 "올 여름까지 관련 기술에 대한 모의실험을 진행한 뒤 실제로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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